“10년간 유지한 부양책서 벗어나기 위한 첫 걸음”
엔화 가치, BOJ 발표 후 급등…도쿄증시는 2.5% 급락
장기금리가 변동 허용 폭 상한선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사실상 금리 인상 효과를 낸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BOJ가 장기금리의 변동 폭을 확대한 것은 2021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일본은행은 변동 폭을 ±0.2%에서 ±0.25%로 확대했었다.
예상 밖의 결과였다. 회의 결과 발표 전 블룸버그통신이 47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BOJ가 이번 회의에서 정책 수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BOJ는 2016년부터 10년물 국채 금리가 0%에서 일정 부분까지만 움직일 수 있도록 설정해 이를 시장금리 전반을 낮게 유지하는 도구로 활용했다. 또 무제한으로 국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펼쳐왔다. 글로벌 긴축 기조 속에서 ‘나 홀로’ 완화정책을 유지한 데 따른 부작용이 속출했지만, 이로 인한 엔화 가치 하락이 일본 경제에는 득이 된다는 입장을 줄곧 유지해왔다. 하지만 환율의 급격한 변동은 기업들에 오히려 타격을 줬고,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에 일본 국채 금리도 상승 압력이 가해졌다. 닛케이는 이번 조치가 사실상의 금리 인상이라는 점에서 다른 나라와의 금리 차이가 줄어들어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BOJ는 “이번 조치가 양적완화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 참여자 사이에서는 10년간 유지해왔던 부양책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다치 마사미치 UBS증권 일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BOJ가 이번 조치를 뭐라고 부르든 (이번 결정은) 출구전략으로 향하는 첫 걸음”이라면서 “새 BOJ 총재가 부임하는 내년 실제 금리 인상 가능성의 문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BOJ의 ‘깜짝’ 발표에 시장은 화들짝 놀랐다. 발표 직전 137.16엔대를 나타내던 엔·달러 환율은 일시적으로 132엔 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그만큼 엔화 가치가 올랐다는 이야기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발표 전의 0.25%에서 0.46%까지 올랐다. 사실상 금리 인상이라는 평가에 일본 은행주는 실적 개선 기대감에 급등세를 보였다. 미쓰비시UFJ금융그룹은 6% 가까이 올랐고, 미즈호금융그룹도 4% 뛰었다. 반면 일본 도쿄증시 벤치마크인 닛케이225지수는 긴축 불안에 2.5% 급락으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