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한파가 극심한 올 연말에도 서울과 수도권, 부산 핵심 지역 내 대형평형을 중심으로 아파트 신고가 거래가 쏟아지며 일반 시장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과 거래 침체에도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의 대형평형은 매물이 귀하고 자산가들이 실거주 목적으로 사들이는 만큼 경기 ‘무풍지대’라는 해석이 나온다.
21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이 분석한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신고가 상승액 기준 상위 단지는 서울 여의도와 용산, 부산 해운대, 경기 성남시 분당 소재로 파악됐다.
상승액 기준 1위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롯데캐슬엠파이어’ 전용면적 182㎡형이 차지했다. 이곳은 지난달 28일 29억 원에 거래돼 직전 신고가(17억 원)보다 12억 원(상승률 70.6%)이 치솟았다. 직전 신고가는 2020년 5월 기록된 것으로 900일 넘어서야 신고가를 다시 썼다. 해당 평형은 롯데캐슬엠파이어 전체 406가구 가운데 단 6가구만 있는 귀한 평형이다. 평(3.3㎡)으로 환산하면 60평 규모다.
실거래가 상승액 기준 2위 단지는 용산구 이촌동 ‘이촌 삼성리버스위트’ 전용 180㎡형으로 집계됐다. 이 평형의 직전 신고가는 2020년 12월 기록한 27억8000만 원이었지만, 약 2년 만인 지난달 23일 9억7000만 원(34.9%) 오른 37억5000만 원에 팔렸다. 이 단지는 244가구 규모로 용산 최고가 단지인 래미안첼리투스 인근에 있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대형 단지로 이촌동 대표 고급 아파트로 꼽힌다.
3위는 부산 해운대구 중동 ‘경동메리빌골드’ 전용 161㎡형으로 지난달 21일 직전 신고가보다 7억4000만 원(127.6%) 급증한 13억2000만 원에 손바뀜됐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샛별마을(동성)’은 2006년 10월 거래 이후 약 16년(5890일)만인 지난 6일 12억 원에 팔렸다. 이전 신고가인 8억3500만 원보다 3억6500만 원(43.7%) 상승한 금액이다.
이렇듯 전국적인 아파트값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서울을 포함한 전국 핵심지에선 대형평형을 중심으로 직전 신고가를 돌파하는 거래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통계상으로도 대형평형 강세는 연말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날 KB부동산 통계 기준 지난달 서울 대형(전용면적 135㎡형 이상) 평형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1.8로 기준시점인 지난 1월(매매가격지수 100) 대비 1.8% 상승했다. 최근 2년(지난해 11월~지난달) 상승률은 3.36% 수준이다. 전국 기준으로도 최근 2년간 대형 아파트는 1.5% 올랐다. 반면 최근 2년간 중대형(전용 95~135㎡형 미만) 이하 아파트값 변동률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부동산 핵심지 대형 아파트 강세는 공급 물량 희소성과 경기 영향을 덜 받는 주 구매계층의 경제력 때문으로 해석된다.
최성헌 직방 빅데이터랩실 연구원은 “여의도와 용산의 60평대 아파트 매입 사례는 모두 재력을 갖춘 자산가가 실거주 목적으로 사들였을 가능성이 크다”며 “2년 이상 장기간 거래가 없다가 한꺼번에 오른 가격이 반영돼 실거래가 상승액이 높게 잡혔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