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을 다가올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다. 삼성전자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경비를 줄이고, 해외 출장도 꼭 필요한 곳 위주로 평소 대비 절반으로 줄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한파에 대응하기 위해 구축한 ‘다운 턴 태스크포스(TF)’의 결정으로 임원·팀장의 복리후생비, 활동비, 업무추진비를 줄였다. 임원은 예산의 50%를, 팀장은 예산의 30%를 각각 삭감했다.
LG전자는 경기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워룸’(War-Room)을 운영 중이다. 워룸은 각종 비효율을 제거하고 사업 방식을 개선하는 TF다.
희망퇴직 대상자의 연령이나 근속연수를 넓히는 방법으로 감원에 돌입한 기업들의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기업들이 힘들어지면 결국 근로자인 국민들의 가계 경제가 팍팍해져 나라 살림이 어려워진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하반기에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사업부별 ‘목표달성 장려금’(TAI·옛 PI)이 반토막이 났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의 메모리반도체사업부, 파운드리사업부, 시스템LSI사업부는 모두 50%를 받는다. 스마트폰 사업부인 MX사업부와 TV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도 50%를 받게 됐다. DS부문과 MX사업부, VD사업부는 상반기 최대치인 100%를 받았었다.
미국에선 최대 메모리반도체 생산업체 마이크론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직원의 10%를 내보내기로 했다. 9월 기준 4만8000명 중 4800명이 직장을 잃게 됐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정부가 ‘2023년 경제정책’을 통해 지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것이다. 정책의 연속성과 추진력이 담보돼야겠지만 ‘신성장 4.0 전략’을 통해 기업과 함께 산업 발전을 이루겠다는 뚜렷한 목표의식도 재확인했다.
‘찔끔’이긴하나 국회는 현행 과세표준 4개 구간별로 각 1%포인트(p)씩 세율을 인하하는 법인세 조정에 합의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에서 24%로 내려간다. 정부가 공언한 최고세율 22% 인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현행 과세표준 4개 구간별로 각 1%포인트(p)씩 낮아져 기업들은 세금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게 됐다.
경기 침체가 길어진 탓인지 송년 분위기가 예전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기업 임직원들은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이 훨씬 크다고 했다. 송년 회식은 생략하거나 1차만 간단하게 하고 헤어지는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종무식과 시무식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도 비용 절감에 일환일 것이라고도 했다.
그렇다고 위축될 필요는 없다. 위기는 언제나 있었다. 껑충껑충 뛰던 토끼도 위협을 감지하면 움츠린다. 다시 도약하기 위해 잠시 몸을 낮춰 준비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새해에는 좋은 소식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