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할 이유 있나요, 평생 해온 일인데"…'젠틀맨' 주지훈의 여유

입력 2022-12-2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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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웨이브(주))

“긴장할 이유 있나요, 평생 해온 일인데.”

23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젠틀맨’ 개봉을 앞둔 주지훈을 만났다. 28일 개봉하는 신작에서 검사 출신 범죄자를 뒤쫓는 흥신소 사장 지현수 역을 연기한 그는 “연기는 내 직업인데 긴장할 이유가 있느냐”며 여유 있는 미소를 보였다. 22일 열린 ‘젠틀맨’ 기자간담회에서 함께 출연한 박성웅, 최성은에게 공통적으로 ‘긴장 안 하고 편하게 연기하더라’는 평을 들은 일화를 두고 전한 말이다.

"촬영 전부터 감독님, 작가님을 정말 자주 만나요. '엄청나게 많이 만난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요. 밥도 먹고 술도 먹으면서 작품 얘기를 하죠. 콘티(모든 장면을 빠짐없이 촬영하기 위해 그림으로 그려둔 설계도) 단계부터 컷 단위로 전부 이야기하고 준비하기 때문에 현장에선 별로 할 이야기가 없어요."

철저한 준비는 창작자인 감독과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해석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했다.

“모르는 게 있으면 혼자 연구하기보다는 글을 쓴 분을 찾아가서 얘기해요. 그분들은 이미 자료 조사를 다 했을 거 아니에요. 합리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격이라, 그 방법이 괜한 오해도 안 생기고 시간도 훨씬 단축돼서 좋습니다.”

신작 ‘젠틀맨’에서는 영화 초반 흥신소 사장 지현수의 운명을 뒤바꿔 놓는 차량 전복 사고 신이 등장한다. 이때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가 흘러나오는 경쾌한 연출을 두고 “우리 영화는 오락물이니 긴장 풀고 재미있게 봐달라는 신호를 주는 장치 중 하나”라고 봤다면서 “무섭고 위험하게 찍을 수도 있는 장면이었지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은) 감독님의 의도대로 보이게끔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젠틀맨' 스틸컷 (콘텐츠웨이브(주))

주지훈은 ‘신과 함께’ 시리즈(2017~2018), ‘공작’(2018), ‘암수살인’(2018), 넷플릭스 ‘킹덤’(2019) 시리즈 등 흥행작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영화계에서 꾸준한 선택을 받았다. 김성훈 감독의 ‘피랍’, 이선균과 호흡을 맞춘 ‘사일런스’도 관객과 만날 준비 중이다.

처음부터 안정적인 입지를 누렸던 건 아니다. 2007년 드라마 '궁' (2007) 데뷔 당시 모델 출신 배우로서 연기에 대한 혹독한 평가를 경험했고, ‘좋은 친구들’(2014)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냈다.

이날 15년 전 ‘궁’ 출연 시절을 다시 떠올린 주지훈은 “‘연기력’ 측면에서 보면 못한 것 같긴 하다”면서도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 스스로에게 관대해지고 나니 그럼에도 관객이 그 작품을 왜 사랑했는지는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그때 (윤)은혜도 연기가 처음이었고, (송)지효 누나도 작품이 있긴 했지만 신인이었고, (김)정훈이 형도 마찬가지였죠. 그런 배우들을 데려다가 연기시켰을 때, 날 것이 주는 어떤 풋풋함이 있다는 걸 이제는 알겠더라고요. 사람들은 어떤 장르에서는 소위 말하는 ‘연기력’을 보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는 걸요.”

▲'젠틀맨' 스틸컷 (콘텐츠웨이브(주))

그걸 깨닫고 나서 “연기의 세계관이 넓어졌다”고 했다. “‘저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작품에 대한) 태도가 많이 열렸다”는 것이다. 덕분에 “성장해 나가는 한 인간의 입장에서 다양하게 주어지는 기회를 거부감 없이 잘 받아들이게 됐다”고 했다.

15년의 배우 생활 동안 조금씩 쌓인 여유 덕일까. 이제는 작품에 대한 평가 역시 오롯이 관객의 몫으로 두려 한다고 했다.

“옛날에는 막 설명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관객이 그렇다면 그게 맞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분들 보라고 연기한 거니까요. 관객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면 열변을 토할 게 아니라 ‘그렇게 느꼈구나’ 하고 ‘다음번엔 이 부분을 보완해야겠다’ 생각하는 거죠. 물론 참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평가가) 노력을 좀 더 해보자는 자양분이 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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