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의 병력 규모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와 비교해 2배 이상으로 불어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 병사 수가 약 36만 명에 달한다.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당시 15만 명보다 두 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10개월간 러시아군 전력이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다. 미국과 영국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죽거나 다친 러시아 병사 수가 10만 명을 넘어섰다고 추산하고 있다.
미국 측 분석 결과 러시아가 죄수와 자원입대자, 징집병을 동원해 병력 규모를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인 와그너 그룹은 최근 러시아 전역에 수감 중인 죄수 4만 명을 '채용'했다. 9월 강제 동원한 징집병 30만 명, 자원입대자 2만 명까지 합쳐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된 병력 수가 대폭 늘었다는 설명이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와그너 그룹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5만 명을 배치했고 이 중 4만 명이 죄수"라며 "최소 900명이 최근 동부 전선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의 요리사'로 불릴 정도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중 하나인 와그너 그룹 소유주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9월 직접 교도소를 돌며 용병을 모집하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WP는 프리고진과 와그너 그룹이 러시아 권력 중심으로 나아가기 위한 치열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커비 조정관도 브리핑에서 "러시아 군 관계자들이 실제로 와그너 그룹의 지휘를 받는 경우도 있다"며 "와그너가 군은 물론 러시아 여러 부처에 필적하는 강력한 기관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 인권단체는 "비공식적으로 동원된 죄수들은 9월 징집병들과는 다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죄수들의 경우 군사 훈련이 부족해 사실상 '총알받이' 내지는 '인간 방패' 역할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커비 조정관은 "고기 분쇄기에 러시아인들을 던져넣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소자 인권단체 '철창 속의 러시아'(RBB)의 올가 로마노바 국장에 따르면 와그너 그룹은 통상 참전 시 사면을 보장하겠다는 초법적인 약속으로 죄수들을 꾀어낸다. 용병으로 채용된 이후에는 공권력의 사각지대에서 음주나 마약 복용 등의 이유를 붙여 이들을 무자비하게 처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