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의사회,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노정희 대법관 고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의사단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지난 26일 삭발을 통해 투쟁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해당 판결을 내린 대법관을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환자를 진료했다가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한의사 A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1심과 2심에서는 초음파 검사가 서양의학 전문 지식에 기초해 개발돼 한의학 이론과 원리를 적용할 수 없다며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의사단체들은 해당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26일 대한방사선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와 함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필수 회장은 “부인과 증상을 호소하던 여성 환자에게 한의사 A씨는 초음파 기기를 68회에 걸쳐 장기간 과잉 진료했지만, 자궁내막암 진단을 놓쳐 환자에게 명백한 피해를 입혔다”며 “환자에게 치명적 위해를 입힌 심각한 사례임에도 대법원이 국민 건강을 방임하는 무책임한 판결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회장은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함과 동시에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일반 공중위생과 밀접하고 중대한 관계가 있다”며 “현행 의료법에서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고 적시해 한의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초음파 진단기기를 통한 진단은 영상 현출과 판독이 일체화돼 검사자의 전문성과 숙련도가 필요한 의료행위”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발생할 수 있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즉시 의료인의 면허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의료법령 개정에 나설 것을 국회와 보건복지부에 촉구했다.
또한 한의사들이 이번 판결을 빌미삼아 의과의료기기슬 사용하는 등 면허의 범위를 넘어서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속 시도한다면 불법의료행위로 간주하고 총력 대응하겠다고 했다. 특히 이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삭발까지 감행하며 투쟁의지를 분명히 했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26일 경기도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방문해 이번 판결에 참여한 노정희 대법관을 사법부에 대한 업무방해죄와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임 회장은 “노 대법관은 남편이 한의사인 만큼 이해관계가 충돌되는 사건에 대해 스스로 먼저 재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회피신청을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재판에 뻔뻔하게 참여했다. 국민 건강은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판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한의사가 초음파를 수 없이 하고도 암 덩어리를 발견하지 못한 사건에 대해 한의사들이 초음파 기기를 써도 의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며 “국민들이 앞으로 어떤 위험을 처하게 됐고, 누가 이런 위험을 초래하는 데 가장 앞장섰는지 알리고 단죄하기 위해 고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한피부과의사회도 26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판결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피부과의사회는 “결론적으로 초음파 장비 자체의 위험도가 낮으니 누가 쓰든 상관없다는 식의 결과만 남긴 이번 판결은 앞으로 수많은 오진의 가능성을 남발하게 만든 매우 잘못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료인 면허제도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이번 판결로 무면허 의료행위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며 “잘못된 판결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되돌릴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특위)는 27일부터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섰다. 의협 한특위는 “의학과 한의학은 진단과 치료 영역에서 태생적으로 엄연히 다른 학문”이라며 “이번 판결로 인한 국민 건강 피해와 국가 의료체계 혼란이 심각히 우려된다. 이에 대한 책임은 모두 대법원에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