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확실성+수요둔화에…기업심리 넉달째 하락, 코로나19 직후 이래 최장

입력 2022-12-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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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I 2년여만 최악, 1차금속·건설·석유화학 등 부진에 대기업 중심 위축
금리상승에 할부금융 부담 자동차 부진·비제조업도 정보통신 계절적요인 사라질 듯
ESI 넉달만 반등했지만 ESI순환변동치 13개월째 하락하며 2년만 최저

▲석유화학공장이 밀집해 있는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전경. (연합뉴스)

기업심리가 2년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특히, 넉달연속 하락해 실적 기준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직후 이래, 전망 기준으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긴 하락세를 이어갔다. 기업과 소비자를 합한 총체적 심리지표인 경제심리는 넉달만에 반등했지만, 계절 및 불규칙변동 요인을 제거한 ESI순환변동치는 13개월째 하락하며 2년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2월 전산업 업황실적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보다 1포인트 떨어진 74를 나타냈다. 이는 넉달연속 내림세로 2020년 10월(74) 이후 2년2개월만에 최저치다. 또, 이같은 하락세는 2020년 1월부터 4월까지 기록한 넉달째 하락 이후 최장 기록이다.

제조업은 3포인트 내린 71로 2020년 9월(68) 이후 가장 낮았고, 비제조업은 76으로 전월과 같았다. 다만, 제조업 역시 2021년 2월(72)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은행)
BSI란 기업가의 현재 기업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조사한 것으로 각 업체의 응답을 지수화한 것이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긍정응답 업체수가 부정응답 업체수보다 많음을 뜻하고, 낮으면 그 반대 의미다.

다만, 부정적 답변이 많은 우리 기업 특성상 2003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장기평균치인 80전후를 암묵적 기준치로 보고 있다. 실제, 제조업과 비제조업 장기평균치는 실적기준 각각 79와 75를, 전망기준 각각 81과 77을 기록 중이다.

부문별로 보면 화학제품 스프레드 축소와 글로벌 수요 감소에 화학물질·제품이 11포인트 하락했고, 건설·철강 등 전방산업 업황 둔화에 기타 기계장비가 7포인트 떨어졌다. 전자·영상·통신장비는 반도체 수요 감소에, 건설업과 부동산업은 주택경기 둔화와 유동성 악화에 각각 6포인트씩 내렸다. 반면, 정보통신업은 연말 예산소진 요인에 따른 수주증가라는 계절적요인에 10포인트 올랐다.

제조업부문을 기업규모별, 기업형태별로 보면 전 부문에서 하락했다. 대기업은 5포인트 내린 74로 2020년 8월(70) 이후, 중소기업은 2포인트 떨어진 67로 2020년 9월(58) 이래 각각 최저치를 보였다. 수출기업은 1포인트 하락한 74를 기록했고, 내수기업은 5포인트 떨어진 69로 2020년 9월(58) 이후 가장 낮았다.

향후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내년 1월 업황전망BSI를 보면 전산업은 4포인트 떨어진 70을 기록해 2021년 1월(70)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 또한 넉달째 하락세로 2008년 10월부터 2009년 1월까지 보인 4개월 연속 하락 이후 최장 내림세다. 제조업은 1포인트 내린 68로 2020년 10월(68) 이후 가장 낮았고, 비제조업은 5포인트 떨어진 72로 2021년 2월(70) 이래 최저치를 보였다.

제조업에서는 화학물질·제품(-7p)과 기타 기계장비(-6p)가 실적 하락과 같은 이유로 떨어질 것으로 봤고, 그간 괜찮았던 자동차(-6p)는 상승한 할부금융 부담 등에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비제조업에서는 도소매업(-5p)을 비롯해 전문·과학·기술서비스(-11p), 전기·가스·증기(-12p) 등을 중심으로 하락폭이 컸다.

(한국은행)
경영애로사항으로는 제조업의 경우 불확실한 경제상황(22.0%)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가격 상승(17.2%), 내수부진(10.8%)이 그 뒤를 이었다. 수출부진(7.0%)은 비중은 낮았지만 지난해 12월(7.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비제조업의 경우 불확실한 경제상황(18.9%), 인력난·인건비상승(13.9%), 내수부진(12.1%) 순으로 꼽았다. 특히 내수부진은 작년 9월(12.1%) 이후 가장 많은 비중이었다.

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종합심리지표인 경제심리지수(ESI)는 0.3포인트 상승한 91.7을 기록해 8월(+1.5p) 이후 처음으로 올랐다. 반면, ESI순환변동치는 1.4포인트 떨어진 93.2로 2020년 12월(90.5) 이래 가장 낮았다. 또, 작년 11월(106.6) 이후 1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ESI순환변동치는 매월 발표 때마다 수치가 보정되면서 과거 발표시점에서의 시계열과 차이가 있다. 통상, 기준값 100 위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아래에선 인하를 할 수 있는 최소 필요조건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대진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경기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수요둔화까지 이어지면서 기업심리가 하락추세를 보였다. 특히, 1차금속과 건설, 자동차, 석유정제 등 주로 대기업 실적이 좋지 않았다”며 “그간 좋았던 자동차도 할부금융이 높아져 안좋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비제조업쪽에서도 정보통신 관련 계절적요인이 사라지면 부진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하락압력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ESI는 (레고랜드 디폴트 사태발) 자금경색이 풀리며 올랐지만, 순환변동치는 (상승 추세가) 꺾이는 쪽으로 방향이 잡혀 (당분간) 오르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국 3255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했으며, 응답업체는 2776개였다. 조사기간은 이달 13일부터 20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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