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단독 무기명 투표…與는 불참
의장-여야 원대 합의 절차 남아…불발 시 내년 2월께 본회의 회부 전망
야당은 28일 정부의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회부하는 안건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무기명 투표로 의결했다. 국민의힘 위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민주당 위원들과 무소속 윤미향 의원 등 12명이 투표에 참여해 전원 찬성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가 아무 이유 없이 법안 심사를 60일 안에 끝내지 않으면 소관위원장은 간사들과 협의해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이의가 있으면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된다.
국민의힘 위원들은 회의 내내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이양수 의원은 "해당 안건은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안건"이라며 "포퓰리즘적 법안의 날치기 처리 대신 여야와 농민단체, 정부가 머리를 맞대자"고 말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승남 의원은 "쌀 과잉공급에 대비한 예외조항을 두자고 여당에 수차례 제안했는데도 무조건 '안 된다'라고만 주장하기 때문에 타협할 여지가 없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소병훈 위원장이 투표를 개시하려 하자 국민의힘 위원들은 위원장석으로 몰려가 반발했다. 이들은 투표가 진행되는 중에 "이 투표는 무효다", "날치기다", "가처분 신청을 낼 것이다" 등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보도자료 배포와 관련한 헤프닝도 있었다. 회의 도중 이양수 의원이 야당에서 안건이 가결됐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사전에 언론에 배포했다는 얘기를 꺼내며 여야 의원들이 설전을 벌인 것이다.
국민의힘은 해당 보도자료가 일부 농업 전문지 기자에게 배포됐다면서 민주당이 각본을 짜서 법안을 밀어붙인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문위원이 준비한 기자회견문 초안을 보좌진 텔레그램 방에 올린 것이 유출됐던 것 뿐"이라며 반박했다.
본회의 회부는 내년 초에 가능할 전망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본회의 부의 요구가 있을 때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해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 30일 이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본회의에서 부의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늦어도 2월 임시회에서는 야당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만약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더라도 대통령 거부권이라는 최후의 걸림돌이 남아있다. 앞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농해수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의결된 뒤 윤 대통령은 "야당이 비용 추계서도 없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며 "농민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쌀 생산량이 3%를 초과하거나 쌀 가격이 5% 넘게 떨어지면 정부가 생산량 일부를 의무적으로 사게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쌀값 안정화'를 목표로 민주당이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에서는 쌀 생산량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크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는 최근 보고서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2030년에는 63만 톤(t) 이상의 쌀이 남아돌 것으로 예측했다. 아울러 쌀 격리비용도 1조 원이 넘게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