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적자 가능성…SK하이닉스 영업손실 유력
업계 지원 나선 정부…세액공제율 15% 확대 추진
미ㆍ대만ㆍ일 수 조 지원…한국도 전방위 지원해야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패권을 둘러싸고 미국, 대만, 일본 등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반도체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하기로 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의 투자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쟁국이 이미 수조 원 규모의 지원에 나선 만큼, 한국도 인프라·인력 등에서 전방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를 앞지르고 반도체 매출 1위를 차지한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가 4분기에도 왕좌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가 제시한 지난해 4분기 매출 가이던스(자체 실적 전망치)는 6395억 대만달러(약 26조5000억 원)였다. 10~11월 합산 매출이 4329억7200만 대만달러(약 18조4000억 원)를 달성하면서 전망치에 근접했다. 이변이 없는 한 4분기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 전망치는 암울하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매출은 21조 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맡는 DS(반도체)사업부 실적이 올해 상반기에 적자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다올투자증권, NH투자증권은 올해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적자전환이 예고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마이너스 7663억 원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2012년 3분기 이후 약 10년 만에 처음이다.
TSMC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극명한 매출 차이가 발생한 것은 주력 상품이 다르기 때문이다. TSMC의 파운드리는 공급 과잉 우려가 낮고, 수주 계약도 장기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 비중이 높은 메모리 반도체는 경기 민감도가 커 수요 감소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시장 상황이 국내 반도체 업계에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한국도 ‘기지개’를 켜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이날 정부는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투자하는 대기업의 세액공제율을 기존 8%에서 15%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추가 투자 증가분에 대한 혜택까지 고려하면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은 최대 25% 수준이다.
주요 경쟁국들이 반도체 패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나선 만큼, 한국도 이번 세액공제를 시작으로 업계 전반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이미 자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고 투자하는 기업에 25%의 세액공제를 하고 있다. 대만도 지난해 11월 반도체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 세액공제 비율을 기존 15%에서 25%로 확대하는 ‘산업혁신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국이 세액공제를 두고 이제야 발걸음을 뗀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도체 강국’ 타이틀 탈환을 꿈꾸는 일본은 수조 원을 베팅하고 나섰다. 일본 정부는 최근 토요타, 소니 등 8개사가 연합한 반도체 드림팀 ‘라피더스’에 700억 엔(약 6569억 원)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구마모토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TSMC에는 공장 건립 비용의 절반인 4760억 엔(약 4조6000억 원)을 대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무기로 부각되고 있는데, 주요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업계에서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일단 세액공제율 확대가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돼 국내 기업들이 투자 심리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프라 지원과 인력 양성 등도 구체적인 확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