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업계의 실적 회복세가 뚜렷하다. 원자재 값과 환율 폭등이라는 악재에도 가격 인상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하면서다. K라면의 글로벌 인기로 해외 매출 역시 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식용유와 밀가루값도 안정세를 찾으면서 올해 실적 전망도 밝다.
4일 본지가 에프엔가이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농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에 비해 16.7% 늘어난 3조1069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영업이익은 6.3% 빠진 994억 원으로 전망된다. 오뚜기는 지난해 3조1335억 원의 매출로 2021년보다 14.4% 늘어나고, 영업이익은 1911억 원으로 14.7% 증가할 것으로 봤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9142억 원의 매출로 직전년보다 무려 42.4% 급등하고, 영업이익은 998억 원으로 52.6%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라면업체들은 지난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밀가루과 식용유 가격 폭등에 더해 하반기에는 환율까지 치솟으며 난항을 겪었다. 라면은 판매가 중 원재료 비중이 통상 50~60%까지 차지하고, 대부분 수입산에 의존하는 만큼 소맥과 팜유 등의 국제 시세와 원·달러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소맥 선물가격은 2020년 톤당 평균 202달러에서 지난해 상반기 365달러로 올랐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팜유 현물가격은 톤당 평균 627달러에서 1554달러로 치솟았다. 지난해초 1200원 대에서 움직이던 원·달러도 3분기 1440원대 까치 치솟으며 수익성을 압박했다. 이 영향으로 농심의 지난해 2분기 국내 실적은 24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에 이어 지난해 가격을 선제적으로 올린 점이 수익성 방어에 큰 힘이 됐다. 농심은 2021년 8월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6.8% 올린데 이어 지난해 9월 라면 제품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3월 스낵 22종의 출고 가격을 평균 6% 올렸고, 9월에는 또 한번 평균 5.7% 가격을 높여 잡았다.
오뚜기도 2021년 8월 가격 인상에 나선후 지난해 9월 라면류의 출고가 기준 제품 가격을 평균 11.0% 올렸다. 11월에는 토마토케첩(9g) 제품 낱개 가격(편의점 판매가 기준)을 60원에서 80원으로, 200개입 가격을 1만2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각각 33.3% 가격을 높였다. 삼양식품도 지난해 9월 원부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과자 제품의 편의점 가격을 15.3% 인상했고, 이어 11월에는 봉지면 기준 불닭볶음면과 삼양라면 가격을 각각 8.7%, 9.3% 올렸다.
수출도 힘이 됐다. 농심은 미국 제2공장 가동으로 공급량이 늘며 지난해 북미 지역에서 전년대비 23% 성장한 4억8600만 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한다. 불닭시리즈를 앞세운 삼양식품의 수출액은 2017년 1억 달러, 2018년 2억 달러, 2021년에는 3억 달러를 기록하더니 지난해에는 4억295만 달러로 전년 대비 31%나 증가했다. 삼양식품은 작년 말 해외지역별 영업마케팅본부, 해외물류 전담조직을 신설해 해외 사업 강화에 나선 상태다.
올해 실적 전망 역시 밝다. 에프엔가이드는 올해 1분기 농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8103억 원과 342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각각 14.5%, 8.9%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오뚜기는 62.9% 늘어난 1조2094억 원의 매출과 42.4% 증가한 84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삼양식품은 매출 2472억 원(+28.2%)와 영업이익 274억 원(+26.9%)로 전망했다.
차재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팜유과 소맥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최근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원가 부담의 정점은 지난해 3분기에 지났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본격적인 투입원가 하락은 올해 1분기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차 연구원은 “미국 시장에서의 한국 라면에 대한 수요 증가 추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라면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이 간식 개념에서 간편식 개념을 변화되면서 지속적인 프리미엄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