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다 풀어도 소용없네”…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속절없이 하락

입력 2023-01-0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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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이투데이DB)

정부가 재건축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지만, 정작 아파트 매매시장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서울에서는 주요 재건축 단지들에서 하락거래가 계속해서 이어지며 규제 해제를 무색하게 만드는 모양새다.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 전용면적 82㎡형(13층)은 지난 달 9일 26억6600만 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였던 5월 19일 30억7600만 원(9층)과 비교하면 7개월 새 4억1000만 원 떨어진 셈이다. 이 단지 현재 호가는 25억 원 수준까지 내렸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6단지’ 전용 83㎡형(3층)도 지난 12월 17일 19억 원에 팔렸다. 이 아파트 해당 평형은 1년 전인 1월 28억 원(8층)에 거래된 바 있다. 11개월 새 9억 원 하락한 것이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외곽지역 내 재건축 추진 단지들도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3단지 전용 84㎡형(9층)은 안전진단 완화 발표 직후인 지난 달 9일 8억 원에 매매됐다. 이는 2020년 4월(7억9200만 원)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저가 거래다.

도봉구 창동 ‘창동주공 1단지’ 전용 41㎡형(9층) 역시 지난 달 13일 4억 원에 거래되면서 매매가격이 2020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해당 평형 신고가였던 2021년 7월 6억4000만 원과 비교하면 1년 5개월 만에 37.5% 떨어진 셈이다.

앞서 정부는 올해 재건축 ‘3대 대못’으로 불리는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등 모든 규제를 완화했다. 먼저 6월에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단지들이 분양가를 최대 4% 올려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부 비용들을 분양가에 반영해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9월에는 재건축으로 발생하는 초과이익에 관한 환수 기준을 기존 '3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또 초과이익 계산 시점을 기존 추진위원회 구성일에서 조합설립인가일로 미뤘다. 당시 정부는 이러한 개선안을 적용하면 재건축 단지 절반가량에서 부담금이 면제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달 8일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기준치가 높았던 구조안전성 비중을 기존 50%에서 30%로 낮추고, 1차 ‘조건부 재건축’ 판정 시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던 2차 안전진단(적정성 검토)도 사실상 폐지됐다.

이처럼 올해 정부가 대대적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집값 고점 인식, 금리 인상 등 하방압력이 커지면서 매매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달 30일 기준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6% 하락했다. 이 수치는 9월 23일(-0.06%) 하락 반전한 뒤 15주 연속 내림세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지금은 글로벌 경제위기, 고금리, 불확실성 등 여러 요인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거래절벽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비사업 규제가 완화된다고 해서 아파트값이 급격하게 상승하거나 거래량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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