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타이보다 더 선호하는 비즈니스 선물”
“보건 불평등 보여주는 사례” 비판
돈 있는 고위 공무원이나 사업가들이 연로한 부모나 가족, 사업 파트너들을 위해 웃돈을 주고 상당한 양의 팍스로비드를 사들이고 있다.
팍스로비드는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은 유일한 외국산 코로나19 치료제다. 중국은 올해 3월 상하이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무더기로 발생하자 팍스로비드 2만1200만 상자를 처음으로 수입했다. 이후에도 수십만 상자의 팍스로비드를 들여왔지만, 수요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다.
‘귀한 몸’이 되면서 팍스로비드는 상류층에서 인기 선물이 됐다. 한 베이징 병원 관계자는“처방된 팍스로비드 상당수를 건강한 사람들이 사 갔다”면서 “고급 고량주 마오타이보다 더 선호하는 비즈니스 선물이 됐다”고 꼬집었다.
수요가 폭증하면서 가격은 치솟았다. 최근 일부 고급 개인병원에서는 팍스로비드 한 상자(5일분)를 8300위안(약 152만 원)에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월 미국 정부가 화이자와 합의한 약값인 530달러(약 67만 원)를 감안하면 두 배가 넘는 가격이다. 터무니없이 비싸지만, 그마저도 없어도 못 판다. 베이징 병원 소식통은 “이달 재고분 300상자가 24시간 만에 매진됐다”고 밝혔다.
그간 중국 보건당국은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적극적인 보급은 물론 해외에서 개발한 mRNA(메신저 리보핵산) 승인마저도 회의적이었다. 자칫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경쟁에서 밀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팍스로비드 쟁탈전’은 중국의 보건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진둥옌 홍콩대 바이러스학 교수는 “팍스로비드에 대한 접근이 권력이나 부에 의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최근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지원한 한 연구는 “중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를 줄이려면 1억6000만 명 고령층이 팍스로비드와 같은 치료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