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예를 들어 지난 1년 동안 3㎏이 늘었는데 좀 더 욕심을 부려 5㎏ 감량을 목표로 다이어트를 실시하고 성공하면 원래 생활로 돌아온다는 계획이다. 다이어트 기간은 무척 힘들겠지만 1년의 나머지는 하던 대로 살아도 내년 연말에 3㎏ 정도 느는 정도일 테니 해볼 만한 시도 아닐까.
그런데 문제는 몸이 뜻대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굶주림을 이기고 다이어트에 성공한 뒤 식사량이 이전보다 많지 않게 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열에 아홉은 몸무게가 금방 이전으로 돌아가거나 심지어 더 늘어나는 ‘요요현상’을 겪게 마련이다. 1년 동안 3㎏이 늘어나는 정도의 영양과잉인 평소 식사량이 왜 다이어트 직후에는 불과 1~2주 만에 3㎏ 또는 그 이상의 체중 증가를 일으키는 것일까.
학술지 ‘네이처 대사’ 12월호에는 이 물음에 대한 명쾌한 답과 함께 이런 현상을 피하는 요령까지 제시한 논문이 실렸다. 중국과학원 연구자들은 사람과 달리 엄밀한 통제가 가능한 생쥐를 대상으로 평소 하루치 먹이를 3일에 나눠주거나(사람으로 치면 하루 한 끼) 8일 섭취량을 12일에 나눠주는(하루 두 끼) 다이어트를 실시하고 일상으로 돌아온 뒤 몸무게 변화를 측정했다.
결과는 전형적인 요요현상을 보였다. 즉 하루 한 끼 3일 또는 하루 두 끼 12일 다이어트로 몸무게가 꽤 줄었지만, 다시 마음대로 먹게 하자 며칠 사이에 몸무게가 전보다 오히려 더 늘었다. 배고픔에 시달리다 보니 며칠 동안은 평균보다 더 먹은 게 원인일 수도 있어 하루에 평균량만큼만 먹이를 주는 실험도 해봤지만, 정도만 덜할 뿐 역시 요요현상이 일어났다.
다이어트를 한 뒤 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더 찌는 체질로 바뀌는 것이다. 실제 소장의 지방 흡수율이 높아졌고 그 결과 대변의 잔류 지방 함량이 줄어들었다.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는 지속적인 굶주림(다이어트)으로 충격을 받은 몸이 음식을 먹었을 때 최대한 영양분을 흡수해 저장할 수 있게 생리를 재조정해 또 닥칠지 모를 굶주림을 대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추가 연구 결과 바뀐 체질의 실체는 장내미생물의 조성 변화였다. 즉 다이어트 뒤 정상 식사로 돌아왔을 때 특정 유산균이 급증하면서 만들어낸 대사산물이 소장을 자극해 지방의 흡수율을 높인 것이다. 사람의 장에도 비슷한 종류가 있어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다이어트 뒤 식단을 바꾸자 놀라운 현상이 일어났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60:20:20인 기존 먹이 대신 20:20:60인 고지방 먹이를 주자 요요현상이 훨씬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물론 이건 예상한 결과다. 그런데 20:60:20인 고단백질 먹이를 준 그룹은 다시 체중이 느는 속도가 훨씬 늦어져 실험이 끝날 때까지 비교군(처음부터 60:20:20 먹이를 마음대로 먹은 생쥐들)보다 몸무게가 덜 나갔다.
고단백질 먹이는 기존에서 탄수화물 비율을 줄인 것으로 지방 비율은 같음에도 소장에서 지방 흡수율이 낮아진 결과다. 장내미생물 분석 결과 다이어트 뒤 고단백질 먹이를 먹은 생쥐에서는 특정 유산균의 급증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동물실험 결과가 그대로 사람에게서도 재현되는 건 아니므로 엄밀한 검증을 해봐야겠지만, 연초 다이어트를 결심했다면 따라 해보는 것도 밑져야 본전 아닐까. 즉 다이어트로 살을 뺀 뒤 한동안은 고단백 식단을 유지하고 프로바이오틱스(보통 유산균 여러 종이 들어 있다) 복용이나 요거트 섭취를 피하면 지방 흡수율을 높이는 쪽으로 장내미생물 조성이 변하는 걸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살을 빼는 전략으로 단기간의 강도 높은 다이어트가 최선인가는 생각해볼 일이다. 오히려 저녁 식사량을 줄이거나 간식이나 야식 습관을 고치는 식으로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10% 내외 줄이는 생활 습관을 꾸준히 실천해 몸무게를 조금씩 줄여나가는 게 건강한 다이어트법 아닐까. 물론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