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현실의 여러 제약과 구설을 막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사건과 인물에 현실을 투영하며 퍼즐 맞추기에 몰입한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웹소설이 드라마와 영화의 지식재산권(IP) 원천 소싱이 된 지는 꽤 됐다. 소재의 고갈과 창작의 매너리즘으로 자칫 콘텐츠 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질 시기에 웹툰과 웹소설은 훌륭한 스토리의 자양분이 되고있다.
대한민국 재벌의 흑역사를 얼기설기 엮어 놓았지만 드라마의 ‘재벌 집’은 누가 봐도 삼성을 쉽게 연상할 수 있다. 그 집의 막내아들은 웹 콘텐츠에서 흔히 차용되는 시간 여행, 빙의, 환생을 경험한다. 재벌의 가신이었던 주인공(송중기)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지만 과거로 환생을 하여 자신이 갖고 있던 지식과 정보를 이용하여 철저하게 복수를 하는 일종의 판타지물이다. 시청자들은 이런 이야기에 대리 만족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미래를 알아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 미리 알고 정치적 베팅을 하여 승승장구한다든지, 밭떼기 분당의 땅을 사들이며, 잘나갈 주식과 회사를 사서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는다든지 하는 것은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 보는 욕망임을 작가는 간파한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선한 재벌을 보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불법 승계와 횡령, 배임, 조폭을 동원한 살인교사 등 재벌은 가히 범죄의 집대성을 이룬다. 순양 그룹의 진양철(이성민)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과 상당히 겹쳐 보이며 생전 그의 일화들이 드라마에 소개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매사에 철두철미한 그는 새로 온 주방장에게 생선초밥 밥알의 개수를 묻는다. 답을 주저하자 점심은 320개, 저녁은 술을 먹어야 하니 줄여 280개만 하라고 할 정도다.
진 회장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사뭇 특이하다. 그를 빌런으로 야유하기보다는 기업가정신을 발견하고 환호하거나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갈아 넣는 그의 모습에 매력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재벌 드라마의 익숙함과는 결이 다르다. 판단은 시청자 몫이다.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