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을 당한 뒤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피해에 관한 손해배상을 원한다면 사법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이 때 ‘팁’이 있습니다. 수사기관에 형사고소를 먼저 진행해 보다 쉽게 증거를 확보하고 관할 노동청의 도움을 받아 피해자에게 유리한 판단을 받아내는 것입니다. 인사노무 전문 변호사로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피해자를 변호한 경험이 많은 송태근 법무법인 청성 변호사에게 손해배상 소송 전, 먼저 준비해야 할 점을 물어봤습니다.
Q: 성추행이 아닌 성희롱인데 형사고소가 가능할까요?
A: 성추행은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에서 규정하고 있지만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 이뤄지는 성희롱은 형사처벌 규정이 없어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다만 성희롱 행위가 형법상 명예훼손과 모욕죄에 해당하면 수사기관에서 가해자를 형사고소할 수 있습니다. 공연성과 명예훼손죄 성립 요건에 부합한다면 수사기관도 적극적으로 수사를 진행합니다.
Q: 노동청에도 형사고소가 가능한가요? 노동청은 수사기관이 아니지 않나요?
A: 회사의 부당한 행위를 관할 노동청에 형사고소를 할 수 있습니다. 이때 관할 노동청은 특별사법경찰관 역할을 합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을 위반한 회사에 노동청 공무원이 경찰의 역할을 하는 식입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한 피해자에게 사업주가 근무장소 변경과 퇴사 종용, 따돌림 등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회사 대표 뿐 아니라 인사 담당 임원과 인사담당자 등 피해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취한자 등에게 형사고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Q: 민사로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할 수 있을까요?
A: 성희롱을 한 상사와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에게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 등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30조(입증책임)는 사업주가 불리한 처우를 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직접 입증하게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입증 부담을 덜어주고 손해배상을 보다 쉽게 도와주는 장치인 셈이죠.
Q: 경찰에 신고하고 노동청에 진정을 넣고, 민사소송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건가요?
A: 가능합니다. 실무에서는 행정기관 대응과 형사고소, 민사소송을 함께 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Q: 민사-형사-행정 한꺼번에 진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가요?
A: 그렇습니다. 증거 확보 차원에서 용이합니다. 앞서 설명했듯 성희롱 행위가 형사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해당이 된다면 경찰과 검찰이 증거를 확보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줍니다.
또한, 민사재판은 형사 판단을 따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권위원회와 노동청 등 행정기관에서 사건을 ‘성희롱’이라고 인정해준다면 향후 민사소송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Q: 만약 형사에서 성희롱 혐의 입증이 어려워지면 민사는 어떻게 되나요?
A: 형법상 처벌되는 ‘성추행’이 경우 형사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민사에서도 승소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직장 내 성희롱’은 다릅니다. 형사에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민사에 큰 영향은 없습니다. 성희롱을 처벌하는 형법 규정이 없기 때문이죠.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도 법원은 ‘성희롱’ 그 자체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 대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정기관을 통한 대응입니다. 노동청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성희롱을 인정하면 민사소송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면, 행정기관에서 인정하지 않으면 민사소송에서는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Q: 제가 행정기관 신고를 고민하자 가해자인 직장상사가 ‘합의’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손해배상 소송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A: 경찰조사 과정에서 가해자와 합의를 이루면 보통 민사소송은 취하합니다. 합의서에 ‘가해자로부터 얼마를 지급받고 민‧형사상 모든 소를 취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