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8일 기준, 1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측정하는 WSJ 달러지수는 올해 8.9% 올랐다. 2014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률이다. 해당 지수는 9월 말,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달러 초강세는 시장도 예상을 못했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에 달러 가치는 작년부터 이미 오르기 시작했지만, 일시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연준은 올해 3월 제로금리를 버리고 인상에 착수, 9개월 동안 4.5%까지 끌어올렸다.
러시아 전쟁은 달러 가치 급등에 기름을 부었다. MUFG의 데릭 할페니 전략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없었으면 올해 달러는 약세를 보였을 것”이라며 “전쟁은 엄청난 변곡점이었다. 연준을 압박한 두 번째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몰고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달러 강세 여파는 거셌다. 7월 1유로=1달러를 의미하는 ‘유로-달러 패리티’가 깨졌고, 9월 영국 파운드 가치도 약 200년 만에 달러 대비 최저점을 찍었다. 일본 엔도 1990년 이후 처음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가 세계 무역과 금융에서 기축통화라는 점에서 세계 경제도 타격을 입었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국의 부담이 대폭 늘었다. 물가 급등을 초래했고 해외 진출 미국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었다.
개발도상국에게 강달러는 재앙에 가까웠다. 스리랑카는 수입품 지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팬데믹으로 이미 바닥 난 외환보유고의 씨가 말랐다.
신흥국 부채 위기도 증폭됐다. 최근 가나를 포함해 일부 국가들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내몰렸다.
올해 꺾일 줄 모르던 강달러 기세는 인플레이션 둔화 소식과 함께 상승분의 절반가량을 반납하며 내렸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스티브 잉글랜더 헤드도 “다른 국가들의 성장 전망이 개선되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다른 국가들의 경기도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드들은 달러 강세 종식에 신중한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긴축을 유지하고 경기침체 확률이 증가하면서 달러 수요가 견고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배경으로 달러 가치가 내년 5% 추가 상승할 것으로 봤다.
달러 강세와 차입 비용 상승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저소득 국가의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하고 달러가 점진적으로 하락하면 저소득 국가 부담도 좀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대다수가 자금 조달 측면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외부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힘든 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