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 규제 해제 카드를 내놨지만, 부동산 핵심 규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개인 대출 총량을 발목 잡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서울 핵심지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규제지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확대 혜택을 받지만, DSR 규제가 굳건히 버티고 있어 대출 총량은 제자리 수준에 그칠 예정이다. 또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인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핵심지는 여전히 규제지역으로 묶여있어 집값 상승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대출 규제가 여전하고, 집값 반등 기대가 어려운 만큼 시장 반등도 어렵다는 관측이다.
3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 등 부동산 규제 관련 담당 부처는 추가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최종 부동산 규제로 꼽히는 DSR 해제와 관련해 이날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내부에서 DSR 규제 완화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향후 DSR 규제 완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동산이나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을 가정한 DSR 완화는 검토치 않고, 언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말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당분간 DSR 규제 완화는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DSR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적어도 지금 상황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자의 대출이자 상환 부담은 올해 하반기 급증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자가 늘어난 탓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주택담보대출 보유 차주의 평균 DSR은 60.6%로 집계됐다. 3년 6개월 만에 60%대를 넘어서면서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DSR 평균 비율 급증은 앞서 DSR 40%까지 대출받았지만 금리가 치솟으면서 이자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집값 가늠자 역할을 하는 서울 강남 3구 규제가 이어지는 것도 부동산 경기 반등 전망을 어둡게 한다. 국토부 역시 강남 3구와 용산구 규제 해제를 논하긴 이르다는 분위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규제 해제 후 두 달도 안 돼 서울 일부 규제 해제를 시행한 상황에서 다음 규제 해제를 말하긴 빠르다”고 강조했다.
이번 규제지역 해제는 정부가 규제 해제 기조를 보여주면서도 집값 부양이 아닌 ‘연착륙’에 방점을 찍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는 집값 선도지역이라는 상징적인 효과가 큰 곳이다. 이들 지역의 규제를 풀기에는 여전히 수요가 많고, 집값 하락 폭도 다른 서울 내 자치구보다 작은 편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부동산원 집계 기준 서초구 아파트 누적 하락률은 2.41%에 그쳤다. 도봉구가 11.8% 내린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강남구와 용산구도 각각 4.28%와 4.72% 하락해 서울 전체(-7.2%) 하락률 대비 선방했다.
송파구는 지난해 8% 하락했지만 강남 핵심 입지로 아파트 수요가 상당한 만큼 규제 해제를 보류했다. 섣불리 핵심지역 규제를 모두 풀면 집값이 과도하기 상승하는 빌미를 시장에 줄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부 역시 이날 주거정책심의위원회 결과를 발표하면서 “강남과 서초, 송파, 용산은 대기수요 등을 고려해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을 유지한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규제지역 해제로 LTV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소득과 연계해 대출을 제한하는 DSR을 3단계 수준으로 규제 중”이라며 “기존에 대출총액이 많은 다중채무자나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대출자는 돈을 더 빌리기 어려운 상황이고 강남과 용산 규제도 여전하므로 이번 규제 해제의 전체적인 시장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