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자 부인해도 ‘특신상태’ 있다면 증거능력 인정”
세무 공무원이 탈세 혐의자를 조사하면서 작성한 심문조서는 수사 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가 아닌 진술서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진술을 기록한 사람에 대해 내용의 진정성을 인정할 만한 ‘특히 믿을 수 있는 상태(특신상태)’에 있었다는 사정이 존재한다면, 피의자 신문조서와 같은 증거능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3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허위세금계산서 교부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년과 벌금 1억4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2016년 한 수산물 유통업자가 수도권 지역 식당 등에 총 72억여 원 어치를 납품한 것처럼 허위 계산서를 발급하고, 정부에 제출한 매출처별 계산서 합계표에 70억여 원을 허위로 부풀려 기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A 씨는 세무 공무원이 자신을 조사하면서 작성한 ‘범칙 혐의자 심문조서’가 증거로 인정된 데 불복해 항소했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이 ‘검사 외의 수사 기관이 작성한 신문조서는 당사자인 피고인이 내용을 인정한 때에 한해 증거로 쓸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2심은 세무 공무원이 작성한 심문조서가 수사 기관이 작성한 조서가 아닌 ‘진술서’에 해당한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역시 하급심과 동일한 입장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형소법 제313조를 근거로 제시했다. 같은 법조항에서는 피고인의 진술을 제3자가 ‘특신상태’에서 기록한 진술서의 경우 피고인 본인이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정한다.
대법원은 “소관 업무 성질이 수사 업무와 비슷하거나 이에 준하더라도 명문 규정이 없는 한 공무원을 함부로 사법경찰관 또는 특별사법경찰관이라고 해석할 수 없고, 세무 공무원이 심문한 내용을 기재한 조서는 수사 기관이 작성한 조서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면서도 “피고인(A 씨)이 작성한 진술서나 그 진술을 기재한 서류에 해당해 형사소송법 제312조가 아닌 제313조에 따라 증거능력을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