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생과 1984년생들은 새해가 되면서 우리 나이로 30, 40세가 됐다. 통상 서른, 마흔을 앞둔 이들은 전년도 연말부터 우울감이 커진다. 앞자리수가 바뀐다는 것 자체만으로 두렵고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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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연말씨는 1989년 1월생이다. 올 들어 한국 나이(세는 나이)로는 35세, 만 나이 33세, 연 나이 34세, 사회적 나이는 36세(입학, 입사 등)가 됐다. 시점은 같지만 상황에 따른 나이가 무려 4개다. 어느 때 어떤 나이를 내세워야 할지 늘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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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현재 통일된 기준 없이 나이를 혼용하고 있다. 현행 민법에 따라 나이는 '만 나이'로 계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상생활에선 '한국 나이'를 사용하고, 일부 법률에서는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빼는 '연 나이'를 사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회복지·의료 등 행정서비스 제공 시 대상 나이에 대한 혼선이 생기며 그에 따른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까지 발생한다. 이를테면, 정부가 코로나19 발생 초기 방역과 관련해 "30세 미만에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예방접종을 권장하지 않는다"라고 발표하며 정확한 나이 기준은 명시하지 않아 혼란을 빚기도 했다.
해가 바뀌어도 생일이 지나지 않은 경우 만 나이는 세는 나이보다 2살까지 적어지는 셈이다. 5월생인 필자 역시 개정안 시행 이후 나이가 거꾸로 한 살 줄게 돼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한결 가볍다. 필자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만 나이를 환영한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이 한국식 나이를 폐지하고 만 나이를 사용하는 것에 찬성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만 나이 명문화로 우리도 세계적인 흐름에 합류하게 됐다. 동아시아 국가들도 대부분 이미 세는 나이를 폐지했다. 일본은 1902년, 중국은 1970년대, 북한은 1980년대 만 나이를 이미 적용했다.
다만, 법적 나이가 만 나이로 통일된다 하더라도 그동안 관례로 몸에 밴 세는 나이 문화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과제다. 시비가 붙으면 '너 몇살이야?'부터 불쑥 튀어나오는 것만 봐도 우리는 아직 나이에 민감하다. 한국인 82%가 일상에서 세는 나이를 쓴다는 통계 결과가 있다.
게다가 각종 법령, 계약, 공문서 등에 100% 만 나이가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이를테면 입대(병역법), 술·담배 판매 및 청소년 규정(청소년 보호법) 등은 연 나이로 규정한다. 이 경우 추후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논의를 거쳐도 연 나이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1년에 몇 번 없는 시험의 경우 응시 나이를 연 나이로 규정해야 생일에 따른 불이익 문제를 없앨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만 나이 통일 방침에는 박수를 치지만, 변혁에 따른 정착 과정 등 후속 조치 역시 등한시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우리의 삶이 보다 젊어진 기쁨과 함께 인식 변화, 부작용 최소화 등도 함께갈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