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증시 하락의 여파로 국내 주가연계증권(ELS)의 신규발행과 조기상환이 모두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해에도 글로벌 경기침체와 고금리 공포가 도사리는 가운데 국내 증시가 추세적인 하락장을 이어갈 경우 ELS 녹인(Knock In·손실발생 시점) 공포가 확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행된 공모 ELS 건수는 직전년도(1만4808건) 대비 2671건 감소한 1만2137건으로 집계됐다. 월별 발행 건수를 보면 1·2월을 제외하고 전 구간에서 전년 같은 달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11월과 12월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535건, 519건이 줄어들며 연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일정 조건을 충족해 조기상환된 ELS 규모도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해 공모 ELS 조기상환 건수는 5083건으로 직전년도(8562건) 대비 40.63%(3479건) 감소했다. 1년 새 조기상환 건수가 반 토막이 난 셈이다. 특히 지난해 2분기 평균 조기상환 건수(173건)는 전년동기(695건)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ELS는 특정 기초지수나 종목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기준 가격을 충족하면 조기상환을 받을 수 있지만,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녹인이 발생한다. 발행 시점의 주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주식과 마찬가지로 주가가 하락하면 손해를 보기 쉬운 구조다.
조기 상환액이 급감했다는 것은 ELS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ELS 투자자들은 조기상환을 받으면 다시 ELS에 재투자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조기상환이 원활하게 진행돼야 재투자가 가능하다. ELS 손실로 조기상환이 대폭 줄어들면서 신규발행 또한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큰 폭 하락한 반도체 대표주 삼성전자, 테슬라, 홍콩H지수(HSCEI)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의 원금 손실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종목형 ELS는 만기 가격이 기준 가격의 80~90%면 손실이 나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날 미래에셋증권은 종목형 ELS 29433회, 29673회, 29676회에서 원금 손실이 확정돼 원금의 80% 수준으로 상환한다고 공지했다. 이들 3개 ELS는 모두 삼성전자를 기초 자산으로 한다. 전날 삼성전가 종가는 5만8000원으로 최근 1년새 약 26.30% 하락했다. 지난달 30일에는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KB증권 ELS ‘제2454호’가 손실을 냈다.
글로벌 종목 하락으로 ELS 손실이 확정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날 키움증권도 “1차 자동조기상환 기준가격 평가일인 2023년 1월 3일에 기초자산인 테슬라의 종가가 자동조기상환 조건에 미달해 ‘제503회 뉴글로벌 100조 ELS’의 조기상환이 연기됐다”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지난해 주식형 중 가장 발행 규모가 컸던 종목으로 관련 ELS만 9180억 원이 발행됐다.
시장에서는 올해도 ELS 시장의 위축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는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증시 약세가 지속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의 투자심리가 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에 경제 상황이나 주가 지수의 흐름이 의미 있게 개선되기 전까지는 ELS 시장의 활성화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