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진단키트 이어 감기약도 수량 제한?…“실효성 없어”

입력 2023-01-0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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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약국에서 판매 중인 감기약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마스크와 진단키트에 이어 감기약에도 수량 제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실제 감기약 수급을 안정시키는 대신 일선 약국의 혼란과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는 약국에서 판매하는 감기약의 구매 가능 수량 제한을 위한 막바지 논의를 진행 중이다. 감기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흔히 쓰이는 특정 성분 의약품을 한 사람이 한 번에 3~5일분까지만 살 수 있게 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식약처는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의 개발 촉진 및 긴급 공급을 위한 특별법' 제19조제1항에 따라 감기약의 유통개선조치를 추진할 예정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마스크 품귀 현상을 겪은 뒤 제정된 해당 특별법은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판매처·판매 절차·판매량·판매조건 등에 대한 유통개선조치를 취할 수 있단 내용이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의 가격 일원화 및 온라인 판매 금지 등이 이 법에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전년 공중보건 위기대응 위원회를 서면으로 개최, 취합한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최종 대책은 이번 주 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감기약 사재기 근절 대책'은 지난해 말 경기 하남시에서 감기약 600만 원어치를 싹쓸이 구매했다는 한 언론의 보도가 나온 후 수립됐다. 특히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해제로 감기약 수요가 폭등하면서 중국인 보따리상이 대규모 사재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위기감이 고조되자, 감기약 수급 악영향을 차단하겠단 의도다.

그러나 정부의 감기약 수량 제한 조치는 실효성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지적된다. 약국 수십 곳을 돌면서 감기약을 3일분씩 사 모으더라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고, 일선 약국도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약사 A 씨는 "정부가 행정적 부담이나 심리적 압박감을 오롯이 약국에만 던져놓고 책임지라고 하는 꼴"이라며 "직접 도움을 줄 게 아니면 약국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약사 B 씨는 "감기약 수급 불안정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여태까지 모르쇠하던 정부가 인제 와서 강압적인 조치를 취하려 한다"면서 "공권력 동원은 최종 수단이어야 하는데 지금이 그럴 상황인가"라고 반문했다.

감기약마저 구매 수량이 제한될 수 있단 소식은 소비자들의 불안감만 자극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감기약을 1개만 구매하려던 소비자도 여러 개를 확보하는 가수요가 발생하는 것이다.

▲최광훈 대한약사회 회장이 3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의 한 약국에 감기약 수급 안정을 위해 판매를 제한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대한약사회는 감기약 수급안정화를 위한 대국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소비자가 최대 3~5일분의 의약품만 구매하도록 권장하고, 약사와 상담 후 필요 이상의 의약품을 사재기하지 않도록 계도하는 내용이다.

한편, 약사법은 약국이 감기약을 과량 판매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구매자가 재판매를 위해 감기약을 구매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반 시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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