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 속 은행 역할 중요
눈 앞의 이익보다 고객 먼저
취임 단 이틀만에 첫 사업 성과를 내놓은 신임 은행장이 있다. 지난달 30일 취임한 한용구 신한은행장이다. 한 행장은 취임 시작과 함께 모바일 앱 ‘뉴 쏠(New SOL)’과 인터넷 뱅킹에서 다른 은행으로 보내는 이체 수수료를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신한의 '고객중심' 철학을 이어가고자 한 결단이었다. 물론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한 행장은 "재무쪽 임원들의 반대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고객들에게 그간 이익을 낸 부분을 돌려드리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제 의사결정으로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행장의 결단은 은행권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금융당국의 수장도 "고객서비스 차원서 될만한 것들을 은행 스스로 판단해서 하는 것이 굉장히 좋다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다.
한 행장은 앞으로도 '고객이 먼저 찾아오는 은행'을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본지는 11일 한 행장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의 향후 목표와 계획을 들어보고, 올해 경영 전략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취임한 지 이제 열흘 남짓. 한 행장의 하루는 그 어느때 보다 바쁘다. 30년이 넘는 기간 신한은행에 몸을 담았지만, 행장으로서 역할은 또 다르다. 매일 받는 업무보고는 물론 인수인계를 위해 전임 행장인 진옥동 회장 내정자와도 수시로 만나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한다.
특히 올해는 그간 볼 수 없었던 복합위기가 올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어려운 시기 막중한 책임을 맡은 만큼 한 행장의 어깨는 무거울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 행장은 '희망'을 먼저 얘기 했다.
취임 소감을 묻자 "어려운 시기이지만 직원분들과 고객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면서 "접점에서 고객중심의 진정성을 전할 수 있도록 주어진 소명을 충실히 수행해, 고객과 사회에 희망을 주는 은행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역시 올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는 경영 여건은 큰 고민거리였다. 한 행장은 "올해 경기 둔화를 넘어 경기침체가 예상됨에 따라 금융업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며 "여러 요인들이 서로 맞물려 현재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어느 하나를 위기로 지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한 행장은 은행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인해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한 건전성 악화와 소상공인, 한계기업의 부실이 가장 우려되는 시점"이라며 "신한은행은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취약차주에 대한 금융지원 정책에 적극 동참하는 한편, 자체 프로그램을 병행하며 은행의 사회적 책임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리딩뱅크' 탈환에 성공한 신한은행은 올해는 '리딩뱅크' 수성에 나서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 행장은 앞서 취임식에서 "리딩뱅크 수성, 정량적 평가인 1등 은행도 중요하지만 고객 중심 철학으로 일류 은행을 위한 초석 다지기가 첫 번째 과제"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한 행장은 "눈 앞에 이익에서 벗어나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고객중심 기업문화를 통해, 고객과 사회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신한은행만의 조직문화는 '리딩뱅크' 신한은행이 갖고 있는 독특한 문화"라면서 "그간 신한은 이런 문화를 바탕으로 ATM, 인터넷 뱅킹, 고객만족센터를 최초로 도입하고, 배달앱 땡겨요와 편의점 혁신점포 등 다양한 혁신 금융도 선도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앞으로도 이런 과감한 도전 정신을 발휘해 리딩뱅크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행장은 또 신한은행은 예금,대출 등 전통적인 뱅킹 서비스 고도화뿐만 아니라, 서비스형 뱅킹(BaaS) 등을 구현하며 금융의 범위를 확장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취임과 함께 한 행장은 Baas 사업부도 출범시켰다. 이달 중순 예정된 직원 인사를 통해 사업부 구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신한은행은 Baas의 핵심 인프라인 API(응용애플리케이션인터페이스)를 고도화, OPEN API 플랫폼을 구축하고 업무기준 및 프로세스를 정비해 기업/기관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특화 상품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기존 추진 중이던 KT·더존비즈온 등 디지털 플랫폼 기업과 사업을 확장하고 실질적 디지털 전환을 도모하기 위한 사업 구체에 나설 예정이다.
이같은 디지털 혁신을 통해 한 행장은 ‘유비쿼터스 뱅크(Ubiquitous Bank)’를 넘어 ‘인비저블 뱅크(Invisible Bank)’를 꿈꾸고 있다. 말 그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은행을 말하는 것으로,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에 금융서비스가 깊게 녹아든 형태를 말한다.
한 행장은 "고객의 일상에 늘 함께하는 인비저블 뱅크는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미래 신한의 모습"이라며 "고객 중심의 디지털 생태계를 강화하고, 고객에게 더 쉽고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와 동시에 은행원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 고객의 자산을 보호하고 자산가치를 높이는 일에도 더욱 정성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고객이 본인의 소중한 자산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안전한 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각종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