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475회서 반대 행사…‘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35.8% 가장 많아
최태원·신동빈·현정은 회장 등 재계 총수 이사 선임도 반대해
정부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당시 복지부 “경영감시 역할”
경영감시 역할 vs. 수익률 추구 상충 우려 확산
“소유 분산 기업들(포스코·KT·금융지주)이 CEO 선임을 객관적,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해야 불공정 경쟁이나 셀프연임, 황제연임 우려가 해소되고 주주 가치에 부합한다. 이번 기회에 KT가 좋은 관행을 만들었으면 좋겠다”(12월 27일 서원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수출과 투자를 늘려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야할 재계가 다시 고개를 내민 ‘연금사회주의’에 발목이 잡힐 처지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 262곳(스튜어드십 코드 적용 대상)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게 됐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본다. 문제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아직까지 권력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의 경영에 개입하려면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을 먼저 보장해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8일 이투데이가 국민연금이 지난해 국내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주주총회 717회를 전수 조사한 결과 475회(66.2%)에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반대표(동일 주총 내 복수 안건, 불통일 행사 모두 포함)를 던진 안건수는 846개다.
반대 의결권을 가장 많이 행사한 안건은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35.8%)’으로 집계됐다. 반대 사유는 ‘보수한도 수준이 보수금액에 비추어 과다하거나, 보수한도 수준 및 보수금액이 경영성과 등에 비추어 과다한 경우에 해당하여 반대’가 대부분이었다.
지난 2018년 정부는 국민연금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도입 배경 취지로 “경영 참여를 통한 경영간섭이 아니라 국민 자산 보호를 위한 경영감시 역할을 충실히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영 참여 주도권의 도입 목적은 “국민의 노후자산을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함”이라고 했다.
정부가 추구하고자 했던 스튜어드십 코드는 ‘경영감시→기업가치 제고→수익 추구’였다. 그러나 경영감시 ‘역할’과 수익 추구의 ‘방식’이 상충된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영감시가 ‘지배구조의 옳고 그름’을 따진다면, 수익추구는 단순히 ‘돈이 될지 안 될지’를 따지는 투자 영역이라는 이유다.
2021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투자한 국내 주식회사는 1249개다. 이 가운데 지분율이 10.0% 이상인 곳은 45개, 5.0% 이상인 곳은 262개다. 당시 상위권 10위 회사 중에서 올해 1월 기준으로 국민연금 지분율이 가장 높은 곳은 LS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무렵 ‘국민연금 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에 관한 연구’ 책임을 맡았던 박경서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첫 번째 목적은 기금 수익률 극대화여서 다른 일반 기관투자자처럼 과도한 위험은 선택할 수 없다”며 “기금의 안정적 수익성을 추구하는 목적에 도움 되도록 하는 게 스튜어드십 코드기 때문에 상충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