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대법원·대통령궁 난입해 기물 파손
룰라 브라질리아에 없어서 마주하지는 않아
보우소나루는 미국 플로리다에 머물며 ‘침묵’
자이르 보우소나루(67) 전 브라질 대통령의 일부 지지자들이 8일(현지시간) 의회와 대통령궁과 대법원 등을 난입해 기물을 파손하는 등 난동을 일으켰다. 2021년 1월 6일 미국에서 발생한 의회 난동 사건처럼 이들은 이번 브라질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 수천 명은 이날 수도 브라질리아에 있는 브라질 연방 의회와 대통령궁, 대법원을 점거했다.
이들 시위자는 브라질 각각 의회와 대통령 집무실과 대법원으로 몰려 들어갔다. 이들은 국기색인 노란색과 녹색으로 된 옷을 입거나 브라질 국기를 몸에 두르고 브라질 군대의 쿠데타를 촉구하는 ‘개입’이라는 뜻의 포르투갈어 플래카드를 펼쳤으며 일부 지지자들은 건물 내 있는 기물을 파손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위자들의 최초 난입 신고가 들어온 지 약 3시간 후인 이날 오후 6시 30분께 보안군이 3개 건물에 있는 시위대를 모두 제압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들도 수십 명의 시위대가 체포돼 연행되는 모습을 중계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날 시위에 참여한 인원이 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시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달 31일까지 브라질리아에 대한 연방 보안 개입을 선언했다. 룰라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광신도적인 나치와 스탈린주의자, 파시스트라고 부를 수 있는 이 시위대는 브라질 역사상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을 했다"면서 "이번 시위에 가담한 사람 모두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해 말 발생한 홍수 피해 지역인 상파울루주 아라라콰라 방문 중이어서, 브라질리아에서 시위대와 맞닥뜨리지는 않았다.
주요 외신들은 브라질 의회 난동 사태가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국 의회에 난입했던 사건과 똑같은 일이 브라질에서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은 지난해 대선 이후 극심한 사회적 분열을 겪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좌파' 룰라 대통령이 '50.9%대 49.1%'라는 근소한 득표율 차이로 결선 투표에서 승리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대선 레이스 기간에도 전자투표 구조적 결함을 거듭 주장했으며, 선거가 끝난 후에도 대선 결과를 명확하게 인정하지 않았다.
혼란 속에서 룰라 대통령은 지난 1일 취임했고,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취임식 직전이자 아직 임기가 끝나기 48시간 전인 지난해 12월 30일 브라질을 떠나 룰라 취임식에도 불참했다. 현재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보우소나루의 지지자들은 선거 결과가 확정된 뒤에도 브라질 각지에서 항의를 이어갔다. 지난달 24일에는 브라질리아에서 폭발물 설치 혐의로 체포되는 지지자도 있었다.
블룸버그는 플로리다에 있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도 즉각 규탄에 나섰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브라질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모든 시도를 비난한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상황을 자세히 주시하고 있고, 브라질의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우리의 지지는 흔들림이 없다. 브라질의 민주주의는 폭력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