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업계가 해외 건설시장의 재도약에 주목하고 있다. 내년에는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 활기가 예상되면서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정부 역시 해외수주 확대를 위한 민관 합동 ‘해외건설 수주지원단’을 출범해 국내 건설사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10일 글로벌리서치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023년 세계 건설시장 규모는 지난해 대비 4% 성장한 13조9824억 달러로 전망했다. 지역별로는 중동의 성장률(14.4%)이 가장 클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에 이어 △아프리카 8.2% △중남미 7.4% △아시아 4.5% 순으로 성장폭이 클 것으로 관측됐다.
이처럼 해외 건설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국내 건설업계도 진출을 위해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수주 규모도 작년 대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해외건설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해외건설 수주액은 350억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실적인 310억 달러 대비 약 13% 늘어난 액수다.
특히 수주 텃밭으로 불리는 중동 지역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최근 가스 가격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LNG와 관련한 중동 투자 기대감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의 5000억 달러 규모의 ‘네옴시티’ 프로젝트 발주도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네옴시티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안에 170㎞에 달하는 직선 도시 ‘더 라인’, 해상 산업단지 ‘옥사곤’,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을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컨소시엄을 꾸려 지난해 6월 더라인의 28km 철도 터널 공사를 수주했다. 사업비만 1조3000억 원에 달한다.
앞서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총리)가 방한 당시에는 정부와 기업은 건설 분야 등 전체 26개 프로젝트의 계약 및 업무협약(MOU)를 맺기도 했다. 추정 규모만 40조 원에 이른다. 건설사의 중심으로는 △삼성물산 모듈러 사업 협력 △삼성물산 그린수소 개발 협력 △대우건설 석유·가스·석유화학 프로젝트 협력 △코오롱글로벌 스마트팜 합작법인 설립 등 여러 MOU를 체결했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수익성이 높았던 민간 주택 시장이 금리 인상으로 급랭하고 있고, 당분간 국내 건설시장의 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우리 건설기업의 수주 전략이 국내에서 해외로의 전환이 필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라며 “과거 수익성 중심의 보수적인 해외수주 스탠스에서 일감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수주로 방향을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우리 건설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 민관합동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민관 합동 ‘해외건설 수주지원단’을 출범시켰다. 해외건설 수주지원단은 국토부 장관을 단장으로 관계부처, 관계기관, 산업계가 참여해 해외수주 확대 과제를 발굴하고 패키지 수주방안 등 진출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국토부는 지원단을 통해 우리나라가 2027년까지 해외건설 수주 연 500억 달러를 달성하고, 세계 건설시장 점유율 4위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해외건설 수주 정책을 수립·추진한다는 목표다.
지역별 진출전략도 마련한다. 해외수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과 아시아를 양대 주력 시장으로 설정한다. 또 중남미, 유럽·미국·호주, 고위험국을 3대 신시장으로 해 최고위급 외교, 무상원조를 사업 수주로 연계, 정부 차원의 협력 및 정보제공 강화 등 지역별로 우선 지원할 정책을 다채롭게 제시한다.
아울러 관계 부처들은 사업 발굴 지원, 수주 외교, 금융 지원 등 사업 단계별로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한국은 건설, 방산, 에너지, 디지털까지 패키지로 해외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라며 “해외건설 수주지원단을 통해 우리 기업들은 세계에서 기술력을 뽐내고, 우리 국가 경제도 한 걸음 더 크게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