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회자되는 이야기 중 ‘동물 vs 인간’ 수익률 대결이 있다. 미국에서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원숭이 vs 펀드매니저’ 주식 모의투자, 국내에서는 앵무새와 개인투자자 대결이 대표적이다. 다만 인간이 동물을 압승한 적은 없다. 오히려 동물이 이기는 경우가 흔했다.
전문성을 비판하는 게 아니다. 그만큼 투자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 치밀한 분석도 진리가 아닌 어디까지나 ‘전망’이기에 그만큼 경각심을 가지고 나서야 한다는 점을 되새기고 싶었다. 특히 시장이 어려울수록 전문가는 진흙 속의 ‘진주(株)’를 찾아내 투자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는 임무가 막중하다.
하지만 투자 불확실성을 줄이는데 요긴해야 할 국내 증권사 리포트는 ‘사라’ 행진이다. 증시가 좋건 나쁘건 ‘매도’ 의견은 전무한 수준이다. ‘중장기적으로 상승 압력’, ‘~때부터 오른다’는 리포트에서 가장 흔한 말 중 하나다. 늘 리포트는 해피엔딩이다. 내가 “리포트에서 아직도 매수를 추천한다는데 정말 사도 되냐”는 투자자들의 메일을 종종 받는 이유기도 하다.
물론 리포트의 작성자 애널리스트만의 잘못은 아니다. 애널리스트들은 ‘매도’ 의견을 남겼다간 해당 기업의 압박은 물론이고 직업적으로도 페널티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증권 업황이 안 좋아지면서 애널리스트가 자리한 리서치센터가 비용 부서라는 인식이 커진 점도 부담이다. 그래서 안 좋은 종목을 발견하면 그 종목을 뺀 다른 종목을 리포트화 하는 관행이 있다는 말도 들었다.
새해에도 리포트는 여전히 긍정적 전망과 사자 행진이다. 여기서 투자자들은 또 한 번 실망과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애널리스트 개인이 아닌 증권사 차원에서 과감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증시를 떠나는 동학개미를 잡을 방법이기도 하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는 1조 넘게 주식을 팔아치웠다. 주식시장을 지탱해온 동학개미의 순매도세 이토록 두드러진다는 건 증시에 신뢰가 깨졌다는 것이다.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증권사도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올해는 개미들이 투자 불확실성과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조금이나마 끊어내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