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11일까지 재가하지 않고 있다. 나 부위원장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최대변수로 떠올라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 부위원장은 전날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사의를 전했지만 용산 대통령실은 물론 저출산위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다 나 부위원장이 자택 앞에서 취재진에 직접 사의를 표했다고 밝히자 친윤(親 윤 대통령) 측에선 언론을 통해 비판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이 나 부위원장의 당권 도전을 말리려 압박한 게 도리어 나 부위원장에 더욱 관심이 쏠리게 된 것으로, 나 부위원장은 이에 힘입어 이날 동작구청 신년인사회 등 공개행보를 재개했다. 같은 날 발표된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한길리서치 102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지지율 30.7%를 기록해 여전히 압도적인 1위도 지켜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사의 재가를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1일 “인사권자가 아직 특별한 말씀이 없는 상태”라며 “모든 인사는 사직서가 제출되면 대통령의 재개가 있어야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 후보로 여겨지는 김기현 의원은 이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8.8%로 2위에 그쳤다. 나 부위원장이 '출산 시 대출 탕감' 정책 아이디어로 윤 대통령과 사실상 각을 세우고, 대통령실과 친윤에서 노골적인 비판을 쏟아냈음에도 지지율 격차가 여전히 큰 것이다.
윤 대통령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사의를 재가하면 나 부위원장은 당장 당권 도전에 나설 여건을 갖추게 되고, 사의를 반려하기에는 나 부위원장에 대한 관심을 더 키우게 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