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방역 당국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방역 조치를 강화한 가운데, 대륙에서 ‘가짜 뉴스’가 퍼지고 있습니다. ‘중국인에게 개목걸이를 건다.’ ‘온수도 안 나오고, 침대도 없는 암실에 가둔다’ 등이 대표적인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낭설입니다.
우리 정부는 중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면서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달 2일부터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 전후 검사 실시, 단기 비자 발급 중단, 항공편 증편 중단 등의 대책을 시행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입국한 단기 체류 외국인은 입국 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확진자는 공항 인근 호텔에 7일간 격리되죠. 이 같은 방역 지침이 중국 현지에서는 비난 대상이 됐습니다.
이는 ‘가짜 뉴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의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한국의 방역 강화 조치에 대한 악성 루머가 퍼졌는데요. ‘한국 정부가 중국인 코로나19 확진자를 온수도, 침대도 없는 암실에 가둔다’는 게 루머의 주 내용입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중국발 단기 체류 외국인 확진자의 안전한 격리를 위해 인천공항 인근에 최대 205명이 입실할 수 있는 호텔 3개를 격리시설로 운영하고 있다”며 “10일 기준 86명이 격리하고 있고, 32명이 7일간 격리를 마치고 퇴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호텔 객실의 사진도 공개하며 루머를 적극적으로 반박했는데요. 호텔 객실을 찍은 사진에는 침대가 비치돼 있고, 온수를 기본으로 제공하는 화장실도 딸려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중국인에게 평범한 샌드위치와 김치, 우유만 준다’는 주장도 격리시설에서 제공하는 도시락 사진이 공개되며 낭설로 밝혀졌습니다. 전문 도시락 업체가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매일 다른 메뉴로 식사를 구성하고, 이를 객실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격리자의 생활 편의를 위해 전문 통역사가 대기하고 있는 것은 물론, 격리자가 이불이나 수건, 개인용품 등을 요청하면 호텔 측은 바로 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당국에 따르면 의약품이 필요한 경우에는 미리 준비한 해열제와 감기약, 소독약 등도 제공하고 있으며, 증세가 심해지면 방역 택시 등을 이용해 인근 10여 곳 원스톱 진료기관에서 대면 또는 비대면 진료도 가능합니다.
김주영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의료자원지원 팀장은 “(중국의 떠도는 소문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대부분 호텔에서 안전하게 격리 생활을 하고 있으며 호텔 3곳은 평소 중국 관광객들이 이용하던 관광 호텔급 이상의 객실이다. 이용 비용은 전액 본인 부담”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숙박비는 호텔에 따라 1박에 8만~15만 원 수준입니다.
중국 SNS 웨이보에서는 ‘네티즌 한국 입국 후 노란 카드 집단촬영’이라는 해시태그가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 방역당국이 중국인들에게만 이 카드를 걸게 했다면서, 한국 기자들의 집중 취재 대상이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해시태그는 하루 만에 2억4000만 클릭 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얻었죠. 한 유튜버는 “중국인이 한국에 가면 ‘개 목걸이’를 걸어야 하고, 군인이 PCR 검사 격리 장소로 압송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 노란색 카드는 공항검사센터로 가는 길 안내를 위함이며, 중국발 항공기 탑승객 모두에게 사용됩니다. 중국 국적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적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죠.
현지 언론도 와전된 사실을 그대로 인용 보도했습니다. 중국 인터넷 매체 펑파이는 11일(이하 현지 시각) “한국이 중국 여행객에게 ‘옐로카드’를 걸었다. 최후에 퇴장당할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중국발 입국자 검역에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해당 매체는 “황색 카드를 목에 걸고 지정된 장소에서 PCR 검사를 받게 하는 대우는 오로지 중국인만 겨냥했다”고 강조했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환구시보도 중국 누리꾼들의 주장을 인용해 우리 정부의 방역 조치가 중국인만을 대상으로 한다며 ‘한국 정부가 중국인들 폭로에 합리적인 해명을 해야 한다’는 사설을 이날 실었습니다. ‘한국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 ‘정치적 쇼’라는 노골적인 비난도 등장했습니다. 기사 댓글에도 반한 감정이 고스란히 담겼죠.
한국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조치를 강화한 후, 중국은 이달 10일 한국 비자 발급을 중단했습니다. 한국 국민에겐 단기 비자 발급을, 일본 국민에겐 일반 비자 발급을 각각 중단했죠. 자국민의 입국을 제한했다는 게 명목입니다.
여기에 11일에는 한·일 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과 72시간·144시간 무비자 경유 정책을 중단했습니다. 중국을 경유해 다른 나라로 가는 외국인의 경우, 단기 관광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중국 내에 사흘이나 최대 엿새 동안 체류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중국에 도착한 뒤 발급받는 ‘도착 비자’ 역시 양국 국민에겐 발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전 예고 없이 발표, 즉시 시행돼 ‘보복성 조치’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중국은 두 국가의 대응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며 “중국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가 간 정상적 교류·협력 환경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중국의 조치를 두고 유엔이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유엔 회원국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여러 회원국이 다양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목격했다. WHO가 말한 대로 승객 심사 등에 관한 모든 결정은 오직 과학적 근거에 의해서만 내려져야 한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죠.
유엔 측의 언급은 중국의 비자 발급 중단 조치가 과학적 근거들에 기반한 게 아닌, 보복 조치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코로나19 상황을 두고 악화하는 한국과 중국 간의 감정. 국제 사회에서는 연일 발표되는 중국의 보복 조치가 외교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