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장을 연 혐의로만 기소된 사람이 직접 도박해 딴 돈은 추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도박 공간 개설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A 씨의 도박 자금을 빼고 도박 공간 수익만 추징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 외환 차익거래(FX 마진거래)를 명목으로 도박 사무실을 연 뒤 불특정 다수의 회원에게서 이듬해까지 수수료 명목으로 총 2억7000여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1심은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하면서 범죄수익 2억7000여만 원 전액을 추징금으로 설정했다. 2심은 벌금 액수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추징금에서 2300만 원 가량을 덜어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2심은 범행기간 동안 A 씨 계좌에 2억7000여만 원이 입금된 건 맞지만, 이 중 2300만 원은 A 씨의 도박 자금이거나 도박으로 얻은 수익이기 때문에 도박 공간 개설죄로 처벌하며 추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는 “우리 법제상 공소 제기 없이 별도로 몰수나 추징만을 선고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으므로 몰수‧추징을 선고하기 위해선 몰수‧추징의 요건이 공소사실과 관련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박 공간 개설죄와 도박죄는 형법상 별개의 범죄이므로 이번 사건에서 도박 수익은 추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이런 2심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