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소득분위별로 가구당 최대 35만 원 수준의 ‘전국민 물가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물가 여파에 생활비 부담이 커지자 실질 소득이 감소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저소득층 가구가 체감하는 부담이 다른 가구보다 더 크다고 보고, 지원금을 소득별로 차등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부·여당의 반발과 내년 총선을 앞둔 ‘선심성 현금 지원’ 논란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이 같은 내용을 담아 ‘2023년도 추경 편성안’을 추진한다. 전날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긴급 민생 추경안(30조 원)’에도 ‘전국민 물가지원금’이 5조 원 편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가구당 물가지원금을 일괄 지급하는 안도 거론됐으나 재정 소요를 고려해 선별 지원하기로 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을 파악하고, 여기에 최근 물가상승분을 적용해 ‘가구당 지원금’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최대 35만 원 수준의 물가 지원금이 지급된다. 본지가 입수한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민생특위) 자료에 따르면, 1분위 예상 물가지원금은 35만1000원으로 산출된다. 1분위 월평균 소비지출 규모는 117만~120만 원으로 잡고, 여기에 지난해 물가상승률 5.1%를 적용했다. ‘몇 개월 치’를 지원할지도 쟁점이었으나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6개월’을 기준으로 삼았다. 반년 치 물가 상승분을 지원해주는 셈이다. 나머지 분위인 △2분위(30만 원) △3분위 (25만 원) △4분위(15만 원) △5분위(10만 원)도 가구당 지원금이 지급된다. 차등 금액(5 만원)은 추후 논의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으며 가구 기준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물가 폭등에 따른 서민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물가지원금을 소득분위별로 차등지원하는 이른바 ‘핀셋 물가지원금’도 필요하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민생특위)는 이달 ‘민생재정 추경안’을 논의했으며 당 정책위는 “가구 소득 1분위 소비지출의 지난해 물가상승분을 한시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반영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재정 여건을 고려해 ‘핀셋 지원’하기로 했으며 정부 측에 추경을 요구하거나 순차적으로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금·바우처 등 지급 형태에 대해선 “지난 번에도 몇차례 시행했던 일종의 지역화폐 방식이 내수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도 가장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고물가 대응뿐만 아니라 소비 진작을 위해서라도 ‘전국민 지원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고물가가 저소득층의 생계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강조한다. 전기·가스·대중교통 요금, 상하수도 등 공과금, 생활 밀접 품목들이 줄줄이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저소득층은 소득 대부분을 생계비로 써야 하니 살림살이가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물가 상승을 견딜만한 계층이라도 일단 주머니를 닫는다. 이에 소비 진작 측면에서라도 ‘전국민 지급’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문제는 ‘포퓰리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는 점이다. 특히 여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거대 야당이 선심성 예산을 남발한다’고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2020년 국민 재난지원금도 4·15총선 직전인 3월에 지급 결정됐고, 선거 뒤 민주당 내에서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총선 압승의 배경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또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추진하려던 ‘방역 지원금’ 논란도 겹쳐 보인다. 당시 민주당은 “500일간 쓴 마스크값만 25만 원”이라며 ‘전국민 방역 지원금’을 추진하면서 비판을 받았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가 ‘전국민 방역지원금’을 약속하자 민주당이 ‘선심성 예산’을 뿌리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여권에선 이 대표가 ‘물가 지원금’ 카드를 꺼내든 것은 자신을 겨냥한 ‘사정정국’으로부터 국면을 전환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