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러그풀 사기 274건…전년比 46건 대비 6배 급증세
국내도 NFT 이용 사기 급증…수사기관 전문영역 수사 차질
대체 불가능 토큰(NFT) 개발자가 갑자기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투자금만 가지고 사라지는 ‘러그풀’ 사기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몇년 간 코인 관련 다단계 사기가 기승을 부린 가운데, 범죄의 영역이 NFT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15일 영국 보안업체 컴패리테크(Comparitech)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전체 러그풀·스캠 사기 건수는 356건으로 2021년 65건에 비해 약 5.4배 늘었다. 이 중 2022년 러그풀 사기 건수는 274건으로 2021년 46건 대비 6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러그풀(Rug-pull)은 원래 양탄자 위에 있는 사람 몰래 양탄자를 갑자기 잡아당겨 넘어뜨리는 행위를 뜻한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프로젝트 운영자가 갑자기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투자 자금을 가지고 사라지는 사기 행위를 가리킨다.
러그풀 사기는 유형에 따라 △하드 러그풀 △소프트 러그풀로 나뉜다. 하드 러그풀은 프로젝트 처음부터 투자자를 속일 목적으로 모집한다. 이 경우 블록체인 스마트 계약에 코인을 편취하도록 악의적인 코드가 숨겨져 있거나 프로젝트 처음부터 허위 과장 정보로 투자자를 모집한다.
소프트 러그풀은 외관상 정상적인 프로젝트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 투자자를 모집할 당시 약속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거나 투자 자금 등을 횡령한다. 해외 유력 업체와의 협업, P2E(Play to Earn) 게임 출시 등 생태계 확장을 위한 거창한 계획을 내세웠다가 자금 부족 등으로 인해 약속했던 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NFT 가격이 떨어진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서도 NFT를 이용한 사기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가상자산 전문 로펌 디센트 법률사무소의 진현수 대표 변호사는 “최근 NFT 러그풀 사기 관련으로 수임하는 사건이 늘었고, 법조계 전반에서도 NFT 등 가상자산 사기 사건이 늘었다고 말한다”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진현수 변호사는 “NFT 민팅이 끝나면 아예 잠적해버리거나 해외 거래소 상장 등 거창한 계획을 내세운 뒤 프로젝트가 약속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거나, 1년~2년이 지난 뒤 커뮤니티 디스코드에서 잠적해 사라지는 등 사기 유형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관련 범죄가 늘어나다 보니 수사 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대검찰청은 13일 ‘서민 다중피해 범죄 대응 전국 일선 검찰청 전담검사 회의’를 열고 ‘가상화폐·대체불가토큰(NFT) 개발 관련 투자 사기’ 등을 가상자산 5대 범죄로 선정하고 주력 대응하기로 했다.
문제는 가상자산 및 NFT 러그풀 사기가 신종 범죄이다 보니 피해자를 비롯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도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진현수 변호사는 “일선 수사 기관이 메타 마스크(이더리움 기반 지갑)나 NFT 거래 과정을 잘 모르는 등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도 여러모로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