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올해도 기업공개(IPO)에 도전한다. 면역항암제, 백신,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특기를 내세운 이들이 IPO 시장의 부진을 딛고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본지 취재 결과 올해도 10여 개 바이오기업이 코스닥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얼어붙은 시장이지만 자금조달의 기회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바이오기업 IPO의 포문을 열 기업은 면역항암제와 알레르기 및 대사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8개월 만인 지난달 29일 예심을 통과했다.
핵심 파이프라인인 면역항암제 ‘GI-101’은 비임상 단계에서 중국 심시어에 9500억 원, 유한양행에 1조4000억 원 규모로 각각 기술이전됐다. 현재 GI-101은 글로벌 임상 2상, 알레르기 치료제 ‘GI-301’은 국내 임상 1b상 단계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시리즈A에서 프리(Pre)IPO까지 약 25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기대주였던 만큼 본선에서의 흥행 여부가 관심사다. 부진의 고리를 끊어낸다면 앞으로 다른 바이오기업들의 상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에스바이오메딕스도 8개월 가까이 예심청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눈가주름, 척추손상, 파킨슨병 및 황반변성 등 다양한 질환의 세포치료제를 개발 중으로, 배아줄기세포 유래 도파민 세포 이용 파킨슨병 치료제는 지난 12일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임상 승인을 받았다.
백신 개발 기업 큐라티스와 임상시험수탁기관(CRO) 한국의약연구소는 코스닥시장 입성에 재도전한다.
2020년 상장을 추진하다 철회했던 큐라티스는 지난해 8월 다시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성인 및 청소년용 결핵백신 ‘QTP101’과 차세대 mRNA 코로나19 백신 ‘QTP104’ 등을 개발 중으로, 상장을 통해 상업화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한국의약연구소는 예심 철회 약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다시 예심청구서를 냈다. 이 과정에서 몸집을 키워 공모 예정 주식은 134만 주에서 250만 주로 늘어났다. 앞서 상장한 CRO 기업인 디티앤씨알오의 경우 주가가 공모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흐름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밖에 대사질환치료제 개발 기업 글라세움, 유전체 기반 분자진단 기업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인공지능(AI) 혁신신약 개발 기업 파로스아이바이오, 체외진단 의료기기 기업 프로테옴텍, 진단검사 의료용품 전문 제조기업 에이비메디컬, 디지털 트윈 기반 의료 AI 솔루션 기업 메디컬아이피 등이 상장에 도전한다.
경기 침체 여파로 투자심리가 경직되면서 지난해 상장한 바이오기업들의 절반 이상이 희망 범위보다 대폭 할인된 공모가를 받아들여야 했다. 상장 후 주가는 할인된 공모가보다도 저조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2022년 바이오 IPO 최대어로 꼽히던 바이오노트도 흥행에 실패해 2조 원으로 추정되던 몸값이 반 토막 났으며, 현재 시가 총액은 8000억 원대다.
지난해 상장 바이오기업 수와 공모 금액 모두 크게 위축돼 IPO를 희망하는 기업들도 신중하게 시기를 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흐름에 따라 하반기 바이오기업들의 추가적인 상장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