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후 가장 빨라
시장, 연내 연준 기조 전환 기대
TS롬바드 “달러 하락에 베팅, 이번 주 공매도 쳐”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지수는 이날 오전 장중 한때 101.53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지난해 5월 31일 이후 7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ICE달러지수는 지난해 9월 이후 지금까지 10.7% 하락했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빠른 하락세라고 FT는 분석했다. 지난달 미국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소매판매가 감소하는 등 최근 공개된 경제지표들이 잇따라 경기둔화를 가리키자 시장에선 연준이 조만간 경로를 바꿀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보통 기준금리가 오르면 국채 금리도 오르면서 외국인이 대거 유입되고, 달러에 대한 수요도 늘어 달러 가치가 상승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뒤집힐 것을 시장이 예측하고 움직이는 것이다. 연준이 이미 지난달 금리 인상 폭을 0.75%포인트(p)에서 0.50%p로 선회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시장은 새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 인상 폭을 0.25%p까지 낮추는 것에도 베팅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앨런 러스킨 투자전략가는 “현 추세가 달러 약세에 매우 유리하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더 나아가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며 “사소한 거시경제 데이터도 달러를 흔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 가치가 내려가자 신흥시장은 모처럼 화색이다. 지난해 22% 하락했던 MSCI신흥시장지수는 올해 들어 7% 상승했다. 골드만삭스의 시저 마스리 투자전략가는 “신흥시장 자산은 올해 첫 2주 동안 강세를 보였다”며 “중국 경제 재개와 인플레이션 둔화 등이 랠리에 영향을 줬지만,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꼽는 시장의 중추적 변화는 달러 반전”이라고 분석했다.
연준이 연말 전까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이는 한편 유로를 취급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은 당분간 긴축을 이어갈 것으로 보임에 따라 지금이 미국 달러 하락에 베팅할 적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스티브 블리츠 TS롬바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객 서한에서 “우린 이번 주 달러 선물을 공매도했다”며 “2021년 6월 달러 강세 전환의 신호가 됐던 유로-달러 2년물 스프레드는 이제 그때 이후 처음으로 유로 상승에 유리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둔화로 인해 연준은 긴축 사이클을 5% 아래에서 끝낼 것”이라며 “2월 0.25%p 인상이 사이클의 마지막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