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장, ‘네트워크의 부’
김종환 블로코 대표, ‘세븐테크’
21일부터 대체 공휴일인 24일까지 나흘간의 설 연휴가 시작됐다. 이투데이가 긴 연휴 기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어할 독자를 위해, 국내 가상자산·블록체인 전문가 3인으로부터 이들이 읽었던 도서 총 3권을 추천 받았다.
최화인 대표가 추천한 도서는 ‘자본의 미스터리(에르난도 데소토 著)’다. 최 대표는 ‘자본의 미스터리’를 지난해 8월, 국회 토론회 자리에서 만난 박종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의 추천으로 읽게 됐다. 그는 ‘자본의 미스터리’가 “자본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명쾌하게 제시한다”라고 말한다.
책은 자산과 노동이 재산 체제(시스템)를 통해 ‘자본’이 된다고 설명한다. 서구권 국가에 비해 비서구권 국가들이 자본주의를 받아들이지 못한 이유도 이 ‘시스템’의 부재로 보고 있다. 즉, 누군가의 자산과 노동은 반드시 이를 명시화해주는 법적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곳에서만 자본화된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이 책을 읽고 현재 시점에 가상자산이 자본화되기 위해서 갖춰야 할 요건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라면서, “(책은) 현재 스테이블코인과 CBDC의 지급결제 논의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가 어디에 있는가를 알려준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산이 법적 메커니즘에 의해 자본화되는 것처럼, 명시화된 제도적 인프라 없이는 스테이블코인과 CBDC도 자본화되거나,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라면서, “가상자산도 전통 금융에서 자본화될 수 있는 ‘변환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도서는 이정엽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겸 블록체인법학회장이 추천한 ‘네트워크의 부(요하이 벤클러 著)’다.
이 학회장은 ‘네트워크의 부’를 2017년경에 읽었다. 그는 “네트워크 정보사회가 미래 사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책을 처음 읽었을 때를 회상했다. ‘네트워크의 부’는 그가 2020년에 발간한 ‘블록체이니즘 선언’이라는 책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그는 “‘블록체이니즘 선언’에서도 수직적 회사에서 수평적 네트워크로의 조직 진화에 대해 썼다”라고 밝혔다.
책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생산’에 주목한다. 수직적 회사가 아닌, 수평적 형태의 네트워크가 협력과 공조를 통해 사회적 부를 늘리는 것이 네트워크 정보경제의 특징이다. 책은 네트워크 경제의 이론적 배경뿐 아니라, IT·인터넷 분야에서 발생한 법적 논쟁 사례를 통해 정책적 이슈까지 다루고 있다.
이 학회장은 “주식회사가 가치를 창출하는 가장 좋은 조직 형태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책을 읽고) 디지털화된 사회에서는 회사가 아닌 네트워크가 더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라면서, “이젠 네트워크에 자발적으로 정보나 지적성과물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주식회사 이상의 부를 창출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자 네트워크인 깃허브나 오픈AI 등에 투자한 것도 비슷한 생각이라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 도서는 김종환 블로코 대표가 추천한 ‘세븐테크(김상균 외 4인 著)’다
김 대표는 지난해 연말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세계관’과 ‘콘텐츠의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스토리텔링의 힘에 주목하자. 사실상 기술은 거들 뿐, 이제 나만의 스토리와 세계관으로 가치가 만들어지는 시대다. 세계관과 콘텐츠가 없는 기술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는 구절을 책 내용 중 가장 와 닿았던 부분으로 꼽았다.
책은 ‘3년 후 당신의 미래를 바꿀 7가지 기술’이라는 부제를 갖는 만큼, △인공지능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이 시대에 기억해야 할 총 7가지 기술에 대한 각 전문가들의 설명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적인 내용보다는 해당 기술이 왜 발전하고 있는지, 현재 어떻게 활용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발전될 수 있을지에 집중한다. 또한 책은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이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 대표로서 생존에 집중하다 보니, 콘텐츠의 중요성에 대해 잊고 있었던 것 같다”라면서, “이 책을 통해 앞으로 회사가 나아가야 할 중요한 포인트 하나를 되새기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븐테크’가 “단순히 기술을 설명하는 것이 아닌, 이 시대에 꼭 고민해야 할 질문을 던지는 책”이라면서 꼭 읽어볼 것을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