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설 대목 최대 인파”…고물가에도 3년 만에 활기 찾은 전통시장

입력 2023-0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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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다시 찾은 의정부 제일시장…설 연휴 풍경 ‘정반대’
고물가에도 인산인해…“정부 300억치 전통시장 상품권 뿌린 효과”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0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제일시장에 인파가 북적이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설이나 추석에도 명절 대목에 사람들은 이렇게 많이는 몰리지 않았어요. 명절 대목에 3년 만에 최대 인파로 오랜만에 장사할 맛 납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0일 오전 11시, 경기도 의정부시 제일시장은 제수용품과 명절 음식 등을 구매하려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시장 통로에는 걷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고, 시장 주차장 입구에는 나오는 차들과 들어오려는 차들로 북적였다. 제일시장에서 입소문이 난 정육점과 홍어무침을 파는 반찬가게엔 긴 줄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날 방문한 제일시장은 기자가 지난해 설 명절 대목, 같은 시간대 방문했던 날과 비교하면 정반대였다. (관련 기사 - [르포] '오미크론'에 치이고 '물가'에 밀리고…설 대목 전통시장 '한숨만') 상인들은 불과 1년 전 설 대목에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구수한 입담을 펼쳤다면, 올해는 말보단 손을 빠르게 움직이며 손님을 응대하기 바빴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물가에도 전통시장은 명절 특수를 맞았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0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제일시장에서 홍어 무침을 사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시민들은 정육점과 채소상, 과일, 해산물, 반찬가게 등 대다수 점포에 큰 차이 없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상인 박 모 씨(56)는 “돼지고기, 소고기 모든 부위 가격이 올라도 대형마트보다 저렴하기에 손님들이 많이 찾는 거 같다”며 “이 정도로 많을 줄 몰랐는데 설 연휴가 시작하면 평소보다 많이 준비한 고기가 모두 팔릴 거 같다”고 말했다.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상인 김 모 씨(61)도 “조기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손님들이 가격을 물어보고 흔쾌히 달라고 한다”며 “아침에 벌써 두 판(생선 가판대)을 갈았다”고 웃음을 지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0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제일시장 한 시민이 수산물을 주문하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설 제수용품 가격비교 조사’에 따르면 올해 설 차례상을 차리는데 드는 비용(4인 기준)은 전통시장이 평균 27만656원이다.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비해 5만8817원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설 제수용품 가격과 비교하면, 설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이 3.1% 상승했지만, 대형마트는 3.6% 하락했다. 이에 따라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가격 차이는 5.3% 감소해 17.9%로 좁혀졌다.

전통시장의 제수용품에 대한 물가가 올랐음에도 시민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이유에 대해 상인들은 각종 혜택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지난 14일부터 설 명절에 맞춰 역대 최대인 300억 원 규모로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을 풀었다. 대표적으로 전국 전통시장 58곳에서 국산 농축산물을 구매할 경우 구매 금액의 최대 30%, 1인당 최대 2만 원을 온누리 상품권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전통시장 상품권 행사에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0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제일시장에서 한 정육점에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진공은 지난 1일부터 이달 31일까지 온누리상품권 특별판매(10% 할인)를 진행하고 있다. 또 지난 11월부터는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한 고객을 대상으로 소비복권 이벤트가 진행돼 1인당 최대 100만 원까지 상금을 받을 기회가 제공된다. 전집을 운영하는 상인 김 모 씨(73)는 “온누리 상품권으로 결제하겠다는 손님이 절반이 넘는다”며 “이런 행사가 자주 있으면 설 특수가 지나도 많은 시민이 찾을 거 같다”고 강조했다.

이날 제일시장으로 향하는 길은 험난했다. 전날 밤사이 내린 눈에 기온까지 떨어지며 도로 곳곳은 빙판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해가 떴음에도 한파로 빙판은 녹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 근처에 다가서자 수많은 시민의 발걸음과 열기로 길은 다 녹아있었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한파’도 녹일 수 있을 것만 같은 열기였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0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제일시장 전집에서 상인이 전을 부치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0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제일시장 주차장 입구에서 들어오려는 차들과 나가려는 차들로 인산인해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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