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노선 단지 지하 관통에 ‘분통’ 터뜨려
아파트 외벽에 ‘중대재해 사망사고 1위
현대건설’ 현수막 내걸어…갈등 최고조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노선을 둘러싸고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와 건설사, 국토부 등 사업주체들의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모양새다.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추진위 발족 이후 26년 만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며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는 듯했으나 C노선 단지 지하 관통 설계안이 결정되면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25일 본지 취재 결과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는 아파트 31동 외벽에 ‘중대재해 사망사고 1위 현대건설’이라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 현수막에는 ‘은마주민 다 죽는다’, ‘GTX-C 은마관통 결사반대’라는 문구도 함께 적혀있다.
이는 2021년 현대건설이 업무상 사망이 가장 많이 발생한 기업에 선정된 것을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항의하려는 목적에서 제작됐다.
재건축 추진위는 앞서 2020년에 ‘GTX C노선 은마통과 결사반대 국토부는 왜 속였나’라며 주무부처인 국토부를 거론하기도 했고, 지난해 11월에는 ‘현대그룹 정의선의 대형사고 이번에는 은마에서?’라는 문구를 내걸며 현대건설을 도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항의 시위를 진행했다.
올해 하반기 착공 예정인 C노선은 경기 회천신도시 덕정역부터 수원역, 안산시 상록수역을 세로로 잇게 된다. 애초 공개됐던 것과 달리 삼성역~양재역 구간에 은마아파트 지하를 지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추진위를 비롯한 주민들은 C노선이 단지 지하를 관통하면 지반 침하, 붕괴 등으로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대심도라서 안전하다면 당연히 직선 공사를 해야 했으며, 위험하다면 하천을 우회하는 공사가 돼야 한다”며 “애초 은마아파트를 관통할 공사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모순이 생긴 것은 GTX 국책사업을 계기로 재건축 시장에 뛰어드는 특정 건설사 때문이 아닌지 의구심까지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재건축은 해야 하지만, GTX가 내 발밑으로 지나가서는 안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GTX 공사에 활용될 TBM은 무진동·무소음으로 안전과 환경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첨단 장비인데 단순히 아파트 지하에서 공사를 한다는 것만으로 위험하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서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재건축 추진위와 정부, 지자체 간의 갈등도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례적으로 행정조사를 벌였고 은마 측은 ‘결백하다’는 주장을 내놓으며 맞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협의를 통한 갈등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 님비(지역 이기주의)라고 하지만 재건축 시 특수 시공에 따른 공사비 증액, 안전성 문제 등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이를 위한 설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