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 국가에만 수출하는 기업 56%…“해외 인증도 까다롭고 비용만 수억 원”
중기부, 3대 수출 지원방안 발표…디지털 분야ㆍ수출바우처ㆍ현장 지원체계
정부가 중소기업 수출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중소기업 수출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고금리 등 복합위기로 작년 6월 이후 수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간접수출까지 더해 약 4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수출 여건이 악화일로에 놓이면서 대응 마련이 시급하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분야 신시장을 확대하고, 글로벌 강소 기업을 육성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26일 중소벤처기업부 수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 수출은 1175억 달러로 1155억 달러를 기록했던 2021년 수출치보다 20억 달러 높았다. 하지만 최근 주요 수출국 중심으로 중소기업 수출의 성장세 둔화 현상이 심화했다. 중소기업 월별 수출액 증가율은 2021년 5월 36%에서 지난해 5월까지 증가세를 보였지만, 6월부터 –3%를 기록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11월에는 -12%까지 추락했다.
지난해 수출액을 살펴보면 그간 수출 1위국인 중국을 비롯해 홍콩 등에서 감소세가 뚜렸해졌다. 특히 중국의 수출은 9개월 연속 감소하며, 감소폭이 확대됐다. 주요 품목인 플라스틱과 화장품의 수출 부진도 영향을 끼쳤다. 대표 수출 품목인 플라스틱제품과 화장품은 중국 시장 고전 등의 영향으로 각 4.9%, 7.6% 감소했다.
감소세가 뚜렷한 배경에는 다양하지 못한 중소기업의 수출국에 있다. 낮은 수출국 다변화 비중이 수출 중단 등 리스크로 작용한 것이다. 수출 중소기업의 56%는 1개 국가에만 수출하고, 2개국 이상 수출하는 수출국 다변화 비중은 45% 수준에 불과했다.
결국 수출 중소기업 수도 2019년 9만5000개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지난해 3000개가 줄어들었다. 내수기업 중 수출에 나서는 신규기업수는 감소ㆍ정체하는 반면, 수출 중단기업수도 전체 수출기업의 25% 이상 꾸준히 발생했다. 수출 중단기업의 85%는 단일국 수출 중소기업이었으며, 수출국이 다변화될수록 수출 중단율이 감소했다.
중소기업들은 수출국의 까다로운 인증으로 다변화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경기도 안산에서 전력기기를 생산하는 비츠로이엠 장택수 대표는 “수출국을 늘리려고 해도 나라마다 규격 인증이 까다롭고 진입장벽이 있다”며 “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인증비용 1억 원 정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에서 엑스레이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제노레이 박병욱 대표는 “해외 진출 시 애로사항은 해외규격인증이 굉장히 어렵다는 점”이라며 “진출하려는 나라의 인증을 다 따야 하는데 각국이 요구하는 인증이 다 다르고 지금까지 지출한 전체 인증 비용만 수십억 원에 달한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악화일로 상황이 지속하자 정부는 중소기업 수출에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며 수출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당장 5년 내 40%였던 전체 수출 기여도를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인 수출지원 방안은 △디지털 분야 신 수출시장 확대 △글로벌화로 무장된 강한기업 육성 △현장 수요에 기반한 수출지원체계 구축 등 크게 3가지다.
디지털 분야 수출 확대는 온라인 수출 촉진에 초점이 맞춰진다. 입점ㆍ홍보ㆍ물류ㆍ배송 등 온라인 수출 전 과정에 최대 1억 원을 지원하고, 항공수출 중소기업을 위한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한다. 착공은 올해 안에 가능할 전망이다. 물류바우처 지원 기업도 지난해 847개 사에서 올해 3배 수준인 2500개 사로 늘린다.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수출바우처 1000개 사를 배정하고, 분산된 수출기업 지정제도는 ‘글로벌 강소기업+프로젝트’로 통합한다. 기업들이 신규 수출시장 개척에 나설 수 있게 수출사업선정평가에 ‘다변화 지표’(20%)를 신설한다.
또 현장 수요에 기반한 수출 지원책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비즈센터를 개소하고, K팝 공연 등 한류와 융합한 대형 수출박람회 개최를 추진한다.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금융 규모는 올해 18조 원까지 공급한다.
정부는 이같은 세부 전략을 바탕으로 지난해 1175억 달러 규모였던 중소기업 수출액을 2027년 1500억 달러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 40% 수준인 중소기업의 수출 기여도를 절반까지 확대하고, 44% 수준인 수출국 다변화 비중을 55%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수출 1000만 달러를 기록한 기업도 3000개 사를 목표로 지원한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고금리에 대한 부담 등 복합위기에 수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며 “조연에서 주연으로 중소기업이 뒷받침하는 단단한 수출강국 실현을 목표로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