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실적 증가만 남아, 내년 적자 탈출 가능할 것”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에서도 혁신적인 기술과 사회적인 영향력을 함께 갖춰 글로벌 시장을 이끌 기업이 나올 수 있습니다. 노을이 바로 그런 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대를 거치면서 ‘진단’은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왔다. 국내에서도 조 단위 연 매출을 내는 진단기업이 등장하는 등 단숨에 K바이오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로 떠올랐다.
임찬양 대표가 2015년 설립한 노을은 탈중앙화 진단검사 플랫폼 기업이다. 핵심 기술인 마이랩(miLab)은 내장형 인공지능(AI) 기술과 고체기반 차세대 염색 및 면역진단(NGSI)을 기반으로 혈액과 조직세포를 분석, 질병을 진단한다.
마이랩 플랫폼은 직접 들고 이동할 수 있는 크기의 소형 디바이스에 마이크로 단위의 진단검사 프로세스를 구현한 점이 특징이다. 디바이스에 일회용 카트리지 바꿔 끼우는 것만으로 실험실과 전문 인력 없이 다양한 질병에 대한 자동 진단이 가능하다. 현재 말라리아와 혈액분석 진단이 있으며, 자궁경부암 진단을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임 대표는 “진단하면 흔히 떠올리는 분자진단은 신생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가격 대비 성능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가 될 수밖에 없지만,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의 제품을 전 세계에 출시하고 있다”라고 회사의 차별점을 밝혔다.
과거 질병의 치료가 중심이던 의료 패러다임은 점차 예방과 진단의 맞춤형 헬스케어로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정확도 높은 진단검사는 인프라 투자와 인력 확보 등이 필요해 여전히 의료 선진국의 전유물이다.
노을은 마이랩 플랫폼의 확산을 통해 대형병원 중심의 집약적인 의료 서비스를 지역으로 분산하고, 접근성과 경제성을 높여 더 많은 환자가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누구나 공평하게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가 가능한 시대가 오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임 대표는 대형 장비·실험실·전문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3무(無)의 마이랩 플랫폼을 개발했다. 그는 “글로벌 보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고, 그래서 말라리아를 첫 번째 타깃으로 삼았다”면서 “말라리아는 매년 2억~3억 명이 발병해 진단 수요가 크지만 들이는 품에 비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에 선진국 기업들이 개척하지 않은 분야”라고 설명했다.
노을은 끊임없이 피드백을 흡수, 마이랩 플랫폼을 7번에 걸쳐 개선(업그레이드)했다. 레퍼런스 확보를 위해서는 질병관리청, 스페인 국립 말라리아 연구소, 아랍에미리트 국립 말라리아 센터, 노바티스 등 국내외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꾸준히 보급했다. 이런 노력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발간한 말라리아 보고서에 마이랩 플랫폼이 혁신제품으로 소개되는 성과도 얻었다.
임 대표는 “노을은 진단업계의 혁신신약 모델 같은 기업”이라며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기 때문에 처음 시장 진입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자리잡으면 급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본격적인 성과를 거둘 차례다. 1년에 7000만 명이 말라리아에 걸리는 나이지리아의 30개 이상 사이트에 마이랩 플랫폼이 들어갔고, 가나와 카메룬 등 다른 서아프리카 국가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관문으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진출했다. 혈액진단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와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하반기엔 자궁경부암 진단 출시로 암 진단 시장에 뛰어들면서 폴란드와 체코, 세르비아 등 동유럽 지역부터 공략할 계획이다.
창업 단계부터 지속가능한 기업을 목표로 한 임 대표는 경제적·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창출하는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공공보건 사업에 중점을 둔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의 반응도 좋다.
임 대표는 “노을은 최대 수익이 아닌 최적 수익을 목표로 하는 회사”라며 “수익성에만 골몰하지 않으면 비즈니스 자체가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경영 철학을 전했다.
지난해 3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노을은 곧 상장 1주년을 맞이한다. 경기침체 여파로 주가는 공모가(1만 원)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임 대표는 “기업공개(IPO) 자금으로 연구소와 제조설비를 확장하는 전략적 투자를 실행하고 비용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라면서 “내년에 적자기업 탈출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