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난방비 폭탄’으로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가스료와 전기요금 등 난방비가 치솟은 상황에서 체감온도가 영하 25℃ 아래로 떨어지는 등 역대급 한파에 난방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정부가 공공요금을 또 올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가 큰 아파트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난방비가 많이 부과되는 겨울철은 아파트 관리비 부담이 더욱 큰 시기입니다. 한국부동산원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당 평균 난방비(지역난방·중앙난방 기준)는 2021년 12월 334원에서 지난해 12월 514원으로 53.9%나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도시가스 요금과 열 요금은 최근 1년 동안 각각 38.4%, 37.8% 올랐습니다. 올 겨울철에 강력해진 한파로 난방 수요가 대폭 늘면서 실질 인상 폭은 이보다 훨씬 높은 50%(1.5배) 이상을 기록한 것이죠.
그렇지만 모두 똑같이 폭탄 요금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단편적으로 신축·구축 여부에 따라서도 난방비는 꽤나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9년 입주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에서 지난해 11월 청구된 난방비(전용면적 84㎡형)는 2만8971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반면 1987년에 입주한 인근 ‘강변’ 아파트 동일면적형 난방비는 7만9698원으로 구축이 신축보다 세 배가량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단지 모두 열병합발전소에서 난방열을 공급받는 지역난방 단지인데도 말이죠.
또 2018년 입주한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형의 지난달 난방비는 13만536원인데 반해 인근 가락금호(1997년 입주) 동일면적형 난방비는 19만3452원으로 평균 난방비 단가가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신축과 구축은 창호의 기밀성은 물론이고 벽면의 단열재 용량 등 근본적인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외풍을 막지 못하는 구축 아파트는 추울 때 실내 온도를 높이려면 신축과 비교하면 훨씬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건설업계도 난방비를 잡기 위해 시공은 물론이고 다양한 기술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각 방 온도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 실별온도제어 시스템을 설치해 냉·난방비를 절감하거나 첨단 단열 공법을 적용하는 등 에너지 절감 설계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밖에 LED 조명, 태양광·지열 시스템 등을 활용하거나 센서식 싱크절수기 등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GS건설의 경우 LG하우시스와 함께 ‘자이 이중창 커튼월 시스템’ 기술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중창 커튼월 시스템은 기존의 외관을 커튼월의 미려함과 내부에서의 개방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반 아파트의 이중창이 가진 단열·환기 성능을 확보하는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GS건설은 고성능 단열재 개발, 아파트의 zero 에너지화 연구, 특히 모듈러 주택의 단열, 기밀 최적화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대우건설은 2019년 이후 내외부용 단열재로서 비드법이나, 경질우레탄 단열재보다 단열성능과 난연성능이 우수한 PF(페놀폼)보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용산구 ‘브라이튼 한남’, 마포구 ‘아현푸르지오클라시티’ 등 건설현장에 외단열 공법을 적용해 단열부위의 불연속성으로 생기는 냉교현상을 방지하고 단열효율을 개선했습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혹한뿐 아니라 폭염이 일상화되면서 에너지 절감 시스템을 갖춘 아파트 도입이 추세”라며 “단열재를 창문에 붙이고 문틈을 문풍지로 막는 등 단열과 방풍 작업을 해두면 실내 온기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어 난방비 절약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역시 최근 우려가 커진 난방비 지원에 적극적인 모습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역대급 한파로 천정부지로 치솟은 '난방비 충격' 완화를 위한 일반회계 예비비 1000억 원 지출안건을 재가했습니다. 기존 예산 800억 원에 긴급 1000억 원이 더해져 총 1800억 원이 난방비 지원에 긴급 투입되는 것이죠.
윤 대통령은 취약계층 위주로 한정된 난방비 지원 대상도 중산층으로 확대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다만 이렇게 당정이 백방으로 나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한파를 고려하면, 난방비 대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시장 상황에 맞게 가격을 조정하지 않는 정책은 ‘포퓰리즘’이라는 말로 난방비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지난해 말 9.5% 인상된 전기요금이 이달부터 적용되는 만큼 다음 달에는 난방비에 더해 전기료 부담까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벌써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역대급 추위로 전기 난방용품 사용도 증가한 만큼 다음 달에도 고지서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