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연세대학교 명지병원 외래교수
전통적으로, ‘명상’이라는 가장 오래되고, 전통적인 훈련 방법이 있다. 이를 주기적으로 연습하면, 자신이 ‘특정 패턴으로 사물과 사건을 해석해서 보고 있었구나’ 하는 자각을 하게 되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부처의 설법 중에 인간 인식의 한계에 대해 설파한 다음과 같은 우화가 있다. 시각장애인 여러 명이 코끼리를 만졌는데 다리를 만진 자는 기둥, 코를 만진 자는 뱀, 귀를 만진 자는 부채라고 주장하였다는 내용이다.
이를 나는 나름대로 이렇게 풀이한다. 실제 비장애인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코끼리(사물, 사건)를 접했을 때, 처한 여러 조건에 따라 각각 다르게 해석한다. 그리고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우리 인식구조의 한계인 것이다. 그러나 명상과 같은 수행을 통해서 깨달을 수 있는 것은 ‘나는 코끼리를 안다(뱀, 부채, 기둥)’가 아닌, ‘나는 코끼리를 부채로 인식하고 있구나’라는 인식의 확대를 얻을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옳은 길을 가고 있으니, 한 치의 의심도 하지 마라.”
주로 카리스마 넘치고, 주변과 타협을 할 줄 모르는 독재자적인 리더들이 자주 하는 수사다. 또한 그런 리더들이 많은 경우 처음에 조직을 잘 운영해 나가다가도 급격한 환경 변화나 새로운 기술, 낯선 문화를 접하게 되었을 때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져 조직을 패망의 길로 이끄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나는 ‘독서’가 인간에게 가장 가치 있고, 고귀한 행위라는 가치관을 신봉하며 살아왔었다. 최근 폐업 예정인 다른 병원의 물품을 구매하러 방문한 적이 있었다. 병실을 둘러 보던 중 벽에 한가득 꽂힌 책들을 보자마자 자석에 끌리듯이 그쪽으로 향했고, 이 보물들을 당장 우리 병원 병실 도서관에 옮겨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같이 갔던 다른 직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요즘 다들 스마트폰 보기 바쁜데 누가 책을 보겠느냐며 괜히 병실만 비좁아지고 지저분해질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때 내 뇌리를 다음과 같은 깨달음의 섬광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이 제일 소중하다는 것이 진리가 아니고, 단지 책이 제일 소중하다는 것이 진리라고 내가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잠시 눈을 들어 진료실의 창밖을 본다. 파란 하늘이 눈을 부시게 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파랗게 느껴지는 하늘이 내 눈을 부시게 한다고, 그렇게 내가 느끼고 있는 중인 것이리라.
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