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감산 없다’ 선 그은 삼성전자…증권가는 “사실상 감산”

입력 2023-02-0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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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시설투자 전년과 유사…비트그로스 영향은 불가피”
증권가 “사실상 감산 에둘러 표현…자연적인 감산, 탄력적 생산조절 의미”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증권가는 이를 달리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시설투자(Capex)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시황에 따른) 의미 있는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 영향은 불가피하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를 감산한다는 기대가 실망으로 이어지자 시장은 실망했다. 전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6%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1일 증권사들은시장 반응과 달리 ‘사실상 간접적ㆍ자연적인 감산’에 나섰다는 해석을 내놨다.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도 대부분 유지했다.

이승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의미 있는 수준의 비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말은 감산을 감산이라 부르지 못하는 삼성으로서는 사실상의 감산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난 3분기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재고자산은 무려 26조4000억 원으로 반도체 분기 매출액을 상회할 정도로 심각하고, 4분기 중 낸드(NAND) 재고평가손실이 수천억 원 발생한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상당히 과감한 수준의 감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덧붙였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명확한 톤은 아니었으나 삼성전자는 보다 구체적인 감산 계획을 밝혔다”라며 “시장의 높은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간접적인 감산일 수 있으나,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라는 기존의 언급에 비하면 상당히 전향적인 변화로 평가된다”라고 했다.

이어 “장비 보수 및 재배치를 통한 라인 운용 최적화를 실시하겠다는 것은 얼핏 듣기에는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만 들릴 수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생산 증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언급한 대로 웨이퍼 컷(Wafer cut)이나 가동률 조절 등의 인위적은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단, 설비 재배치 등을 통한 라인 운영 최적화를 추진해 자연 감산 효과가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라고 분석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연적인 감산’으로 탄력적인 생산조절을 한다는 의미이다”라며 “‘인위적으로’ 양산을 개발로 돌려 생산을 줄였다고 하는 것이 맞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언급한대로 장비가 양산보다 개발로 지원되면 양산에 대한 설비투자는 30% 수준 하락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라고 덧붙였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실질적 감산(생산설비 재배치, 라인 유지보수 강화, 설비투자 내 R&D 생산능력 확대)이 인위적 감산(가동률 조정, 웨이퍼 투입량 감소)보다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추정돼 6~7월부터 메모리 반도체 수급개선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주장했다.

증권가는 사실상 삼성전자의 올해 메모리 반도체 설비투자가 전년 대비 13%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D램 공급량은 9% 감소하고, 이는 곧 글로벌 D램 공급의 4% 축소 효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메모리 업체들의 감산 효과가 나타나면 2분기 이후 메모리 가격의 하락세는 상당 수준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황과 실적은 1분기를 저점으로 반등에 나서며 손익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가 예상한 삼성전자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282조2366억 원, 21조3103억 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6.62%, 50.87% 줄어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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