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서민들의 금융리스크 대비를 위해서 신용보험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당국이 방카슈랑스채널 규제보다는 대출과 연계된 보험상품 특성에 맞는 감독기준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일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용보험, 빌라왕 사태 대책 될 수 있나'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신용보험은 차주 사망 등으로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보험사가 보험금으로 대출을 상환해주는 상품이다. 피보험자가 대출을 상환하다가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어 대출 상환에 문제가 발생하면 가입금에 해당하는 상환액을 보험사가 보장한다. 피보험자에 따라 개인신용보험과 단체신용보험으로 나뉜다.
신용보험에 대한 관심은 빌라왕 사태가 기폭제가 됐다. 빌라왕 사태는 차주가 무자본 갭투자 발식을 동원해 수천채에 달하는 주택과 부동산을 확보했다가 사망하면서 세입자들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한 사건이다. 이같은 사례가 계속 불거지면서 아예 조직적인 사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해당 갭투자 방식의 부동산 투자 과정에서 차주가 상품에 가입하는 등 사회적으로 신용보험이 잘 뿌리내려 있었다면 수많은 세입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을 수 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왔다.
신용보험은 기능 측면에서는 보험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극대화한 상품이지만 국내 보험시장에서는 외면받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집계한 2019~2021년 신용보험 판매액 총합은 92억1824원 수준에 불과했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보험이 국내 시장에서 성장하지 못한 요인은 보험업계에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탓도 있다"며 "최근처럼 대출부실이 우려되는 시기 적극적으로 사회안전망 취지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신용보험은 활성화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용보험이 국내에서 활성화되지 못한 배경은 크게 △불분명한 신용보험 역할 △방카슈랑스(은행의 보험상품 판매) 등 판매 채널 규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수요 확대를 통한 상품 개선 미흡 등이 거론됐다. 이 중 개선이 시급한 부분은 판매 채널 규제와 금소법 등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지적됐다.
현행 제도상 신용보험은 방카슈랑스 판매상품도 아니고, 타 금융상품과 함께 묶어서 판매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므로 소비자들의 가입 문턱이 크게 높다는 것이다. 이는 신용보험이 국내에서 어떤 효능을 가져올지 분석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최석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이른바 '꺾기(구속성 보험계약)' 행위를 막기 위해 마련된 규제 제도가 신용보험의 활로를 막고 있다고 언급했다. 꺾기 행위를 막기 위한 법률에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는데, 신용보험에 예외규정을 적용할 만큼 발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선아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상무는 "현재 신용보험에 있어서 보험 가입 시 대출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방식의 하이브리드 상품 등을 내놓는 등의 노력으로 보험사를 계속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미흡한 측면이 있다"며 규제 완화와 함께 국내에서 신용보험을 보다 원활하게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금융당국에서는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에서 제공하는 보증상품이 활성화돼 있는데 신용보험에 어떻게 차별화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췄다. 신상훈 금융위원회 보험 과장은 "개인신용보험을 통한 대출 리스크 방지기능은 보험업계의 인식 개선을 거쳐 활성화된다면 소비자의 후생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전세보증금반환보증처럼 보증기관에서 운영해 활성화된 상품도 있어 신용보험의 실증 분석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