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대행 플랫폼 ‘합종연횡’…생존 위해 초심으로 돌아간다

▲바로고, '딜버' 운영사 더원인터내셔널과 합병 (사진제공=바로고)

배달대행 플랫폼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 등에 나섰다. 기존에는 인프라를 넓히기 위한 합종연횡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기술력을 강화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2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배달대행 플랫폼 ‘바로고’는 지난 1일 더원인터내셔널과 포괄적 주식 교환 계약을 통해 합병했다. 더원인터내셔널은 배달대행 플랫폼 ‘딜버’ 운영사다.

바로고는 딜버와의 합병 이유로 기술력을 꼽았다. 딜버가 업계 최초로 iOS버전 라이더 앱을 출시했고, 경로ㆍ배차 추천 시스템 등을 최적화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등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역시 hy(한국야쿠르트)에 인수ㆍ합병된다. 메쉬코리아가 자금난으로 지난해 10월 경영권 매각에 나선 이후 4개월 만이다. 사륜차ㆍ새벽 배송과 식자재 유통 등으로의 무리한 사업 다각화가 자금난의 원인으로 분석된 만큼 hy로 매각되면서 메쉬코리아는 기존 사업인 이륜차 실시간 배송에만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업체들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사업 다각화에 나섰지만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자 ‘초심’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달대행 플랫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급성장하며 공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메쉬코리아는 의류 전용 물류 창고를 만드는 등 배달대행을 넘어서 물류 사업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바로고 역시 사륜배송과 상점에 물품을 납품하는 등의 사업으로 범위를 넓혔다.

이러한 노력에도 수익성은 신통치 않았다. 메쉬코리아는 자금난으로 경영권을 매각하는 절차를 밟았고, 바로고 역시 2021년 기준 영업이익률이 -12.4%에 달한다. 투자 유치도 난항을 겪고 있다. 2021년 이후 월 1000만 콜 이상을 수행하는 대형 배달대행 플랫폼 중 투자를 새로 유치한 곳은 바로고를 제외하면 없다.

▲배달 노동자 (게티이미지뱅크)

배달 시장 자체가 침체되면서 대행 플랫폼의 실적 반등 기회도 사라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11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배달앱 등을 이용한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2조232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3% 감소했다. 감소세는 지난 7월 -5.3%를 시작으로 8월(-7.6%), 9월(-10.7%), 10월(-7.5%), 11월까지 5개월 연속 이어졌다.

배달 플랫폼 거래액이 줄면 라이더의 일거리도 감소한다. 라이더의 일거리가 줄면 배달대행 플랫폼의 수익성 역시 덩달아 악화한다. 플랫폼을 이용할 유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달 시장 침체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배달이 과열된 양상을 보였다가 이제야 ‘정상화’ 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배달대행 플랫폼 역시 시장이 성장했던 때보다 보수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기존에 잘하던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배달을 이용했던 경험이 많은 만큼 갑자기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소비자가 배달이 유리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도록 기술을 고도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