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바이오텍과 업무협약 체결, 자체 R&D 플랫폼과 연계해 공동 개발
국내외 제약사들이 AI 신약개발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데 힘쓰고 있다. 특히 JW중외제약이 개방형 혁신 전략(오픈이노베이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JW중외제약은 신약후보물질 발굴을 위해 다양한 바이오텍과 협업을 강화한다.
최근 독일 머크 라이프사이언스와 AI를 이용한 신약 원료의약품 연구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연구개발(R&D) 효율을 높이기 위해 AI를 통한 신약 연구에서 원료의약품 연구 분야까지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국내 제약사 중 AI 신약개발과 관련해 머크와 업무협약을 맺은 곳은 JW중외제약이 처음이다.
머크는 JW중외제약에 자사 AI 소프트웨어 ‘신시아(Synthia)’를 제공한다. 신시아는 신약개발 단계 원료의약품 합성 루트를 신속하게 분석·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머크는 자체 주문합성 연구소 ‘CS랩(Custom Synthesis Lab)’의 신규 물질 합성 노하우도 JW중외제약에 컨설팅하기로 했다.
머크에 따르면 신시아 설계 연구 경로는 연구 과정 단계를 대폭 줄여 비용을 최대 60% 절감해 전반적인 수익률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저분자(small molecule)의 합성경로(pathway)를 찾는데 시간을 몇 주 단위에서 몇 시간 또는 몇 분으로 절약하는 획기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JW중외제약 원료연구센터는 자체 신약후보물질 합성연구에 신시아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비 임상, 임상시험에 사용할 화합물(주성분) 제조방법에 관한 연구 시간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신시아가 제시한 합성 조건을 바탕으로 로봇이 연구원을 대신해 24시간 원료합성을 하는 무인 자동화 실험실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신시아 특허를 보유한 머크라이프사이언스에 따르면 현재 톱 30개의 글로벌 제약사 중 50% 이상이 신약개발의 효율성 향상을 위해 신시아를 도입했다. GSK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신시아를 활발히 사용하며 신시아 전담 사내 전문가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머크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에서는 신시아를 많이 쓰고 있지만, 국내 제약사는 초기 단계”라며 “관심을 보이는 업체는 많았지만, JW중외제약이 자체 R&D 플랫폼으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강화하는 등 AI에 대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는 점을 높게 샀다. 신시아가 이 분야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JW중외제약은 2010년대부터 생물 정보학 기반의 빅데이터 플랫폼인 클로버(CLOVER)와 주얼리(JWERLY)를 구축해 신약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국내외 환자의 질환 정보와 타깃 연구를 고도로 플랫폼화한 전문회사 등과 활발하게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1년 11월 신테카바이오, 2022년 3월 온코크로스, 10월 디어젠, 11월 미국 큐어에이아이 등과 AI 활용 신약개발 업무협약을 맺고 신약후보물질의 신규 적응증 탐색, 개발 가능성 등을 검증하고 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보통 제약사들이 투자를 통해 바이오벤처의 기술력을 사는 오픈이노베이션과 달리, 주얼리·클로버 등 자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바이오텍과 기술력에 기술력을 더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머크도 이러한 부분을 높게 평가했다고 생각한다. 국내외 바이오텍과의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AI 기술 수준이 높아지고 사용할 데이터도 많아지면서 신약개발에서 AI 활용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홍승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통해 “100년 이상 쌓여온 신약개발 데이터가 누적되면서 데이터의 활용이 신약개발의 중요한 방법론으로 바뀌고 있다”며 “분자 간 유사성, 단백질 간 유사성, 분자와 단백질의 관계 등을 학습한 AI가 자동으로 진행해 준다면, 업무의 효율성이 향상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는 AI 신약개발 산업이 약물 발굴에 대한 가중치가 높지만, 점차 신약개발 전 과정으로 쓰임새가 넓어질 것”이라며 “AI 신약개발 기술은 도입기이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이 기술 용역이 아니라 혁신 사례를 남기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