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시민들, '나와줘서 고맙다’라고 해주셔"
"국민의힘의 변화 필요성 느낀 분 표 줄 것"
'친이준석계' 천하람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4일 당 최대 '보수 텃밭'인 대구를 찾았다. 본지는 대구 전역을 돌며 새벽까지 강행군을 펼치며 시민들에게 "보수 정당이 바뀌어야 한다"며 호소하는 천 후보를 만났다. 천 후보는 이날 이뤄진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친윤 호소인’ 안철수 의원부터 잡겠다고 밝혔다. 윤핵관에 대한 당내 반발 심리와 젊은 층 표심을 나눠 가질 공산이 큰 안 의원을 누르고 결선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다. 천 후보가 안 후보를 누르고 결선에 올라갈 경우 친윤'(친윤석열)의 지지를 등에 업은 경쟁자 김기현 후보와 ‘친윤’ 대 ‘비윤’, ‘윤핵관’ 대 ‘반윤핵관’이라는 신(新)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뷰는 대구 동성로 로데오거리 근처 카페에서 20분 동안 진행됐다. 천 후보는 대구 시민들로부터 "나와줘서 고맙다"라는 얘기들을 너무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대구나 경북 전체의 민심 움직여야 그 안에 포함돼 있는 당원들도 같이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며 “당협만 빙글빙글 도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이벤트들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어제 MBC 라디오에 출연해 “안철수부터 잡겠다”고 했다. 왜 안철수부터 잡나.
A : 안철수 의원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대통령실에서 때려줘서 마치 지금 추미애가 윤석열 키워주듯이 대통령실의 반사체가 됐다고 생각한다. 반사체라는 것은 최선의 뭔가가 드러나면 의미가 없어진다.
저는 안철수 의원이 도대체 무슨 후보인지 모르겠다. ‘친윤 호소인’인데 대통령실에서는 ‘친윤’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안철수 의원을 뽑아야 하는 이유가 뭔가. 옛날에는 그나마 ‘새 정치’라고 얘기하긴 했다. 안철수의 새 정치는 어디로 간 것인가. ‘안철수의 새 정치’라는 것은 구태정치가 됐다고 생각한다. 새 정치를 부르짖던 사람들이 ‘친윤 호소인’이 돼 버린 순간 이제는 ‘안철수의 정치’라는 것은 의미 없는 것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 없는 정치인에게 자기의 표를 적극적으로 표 줄 유권자들이 과연 얼마나 있겠나. 차선책으로 마지못해 선택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 안철수 의원이 지지율에서 나타나고 있는 수치가 결코 안철수 의원이 좋아서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금방 빠질 거품이라고 생각한다.
Q : 안철수 의원은 최근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을 직격했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라지만, 윤핵관은 잘못됐다’는 메시지를 낸다는 점에서 안철수 의원과 생각이 비슷하다 볼 수 있지 않나.
A : 안철수 의원은 윤핵관들과도 잘 지내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예전에 간장연대 얘기가 나왔을 때 (안철수 의원은)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주류의 힘을 빌리고 싶어 했다. 그런데 간장연대가 사라지고 김장연대로 바뀌니까 그제야 ‘김장’ 얘기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하지 않나. 본인이 할 수만 있었다면 장제원 의원과 연대하고 싶었던 분이 그것이 잘 안 풀리니까 얘기하는 것은 그냥 뒤끝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와서 갑자기 장제원 의원을 비판하고 나선다? 그 진정성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윤핵관을 비판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 어렵사리 잡은 보수 정부의 성공도 있겠지만, 더 나아가서는 이 사람들이 대한민국 정치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명분의 이유가 있다. 단순히 윤핵관이 제 편을 들어주지 않아서, 마음에 안 들어서가 아니다. 저는 윤핵관들이 우리 정치를 퇴행시키고 소신과 능력을 못 발휘하도록 하는 부분에 대한 비판을 충분히 했다. 그런 면에서 안철수 의원의 윤핵관 비판과 천하람의 윤핵관 비판은 선명성과 진정성에 있어 분명한 차이가 있다.
Q : 안철수 의원이 나중에 장제원 의원과 손잡을 수 있다고 보는 건가.
A : 지금이라도 잡자고 하면 좋다고 잡을 것이라 생각한다.
Q : 김기현 후보의 후원회장인 신평 변호사가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신당 창당을 할 수 있다고 했다.
A : 이것은 약간 안철수식 정치 아닌가. ‘내가 당 대표 안 되면 당 깨고 나간다’ 그런 것 아닌가. 왜 김기현 후원회장이 안철수식 정치를 김기현한테 시전하려고 하나. 말이 안 된다. 전당대회는 당내의 경쟁 아닌가. 그렇다면 경쟁의 결과에 승복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원들을 협박하는 것인가. 이게 지금 전당대회에서 나온 후보의 후원회장이 도대체 할 얘기인가. 저는 김기현 의원이 당장 신평 변호사를 후원회장에서 잘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저는 토론장에 가게 되면 김기현 의원에게 ‘지면 진짜 신당 차릴 거냐’고 물을 것이다. 묻기도 전에 수많은 당원들이 의구심을 가질 것이라 생각한다.
Q : 새벽 3시까지 대구 시민들을 만났다고 들었다. 어떤 말을 들었나.
A : ‘나와줘서 고맙다’라는 얘기들을 너무 많이 들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아무런 내용도 없고 재미도 없이 흘러가고 있었는데, 그래도 변화와 개혁을 얘기하는, 그리고 그 메시지를 소구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후보가 나온 것 자체가 ‘고맙다’라고 하는 분들이 많았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백발이 성성한 분들도 ‘평생 국민의힘을 지지해 왔지만 권력에 아부하고 친윤 해바라기 하고 제대로 된 메시지가 안 나오고 있었는데, 용기 있게 나와줘서 고맙고 멋있다’라는 얘기들을 많이 해주셨다.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진짜 힘이 났다.
윤핵관들에 대한 반감이 대구에서도 굉장히 높다. 정권의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그 정권을 탄생시켜준 지역에서 이렇게까지 미움을 받는 것은 깊이 반성해야 하는 부분 아닌가. 특히 ‘장제원 의원 같은 사람을 몰아내야 한다’라는 얘기를 세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대구에서 이 정도면 장제원 의원은 어디에서 사랑받는 것인가. 부산에서도 (장제원 의원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재명 대표를 싫어하는 것 때문에 대구에서 민심이 그나마 버텨주고 있는 것 같다. 이재명 대표 이후에는 무엇을 가지고 우리가 대구 시민들을 계속해 설득할 거냐. 단순히 습관적으로 ‘국민의힘을 뽑아주십시오. 그렇다고 민주당 안 뽑을 거잖아요’라고 하는 것만 가지고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겠나. 제일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Q : 김기현, 안철수 의원은 각각 출마 선언 후 당원들을 만났다. ‘당원 투표 100%’라는 경선룰을 의식한 것 같은데, 왜 당원 모임이 아닌 대구 시민들을 찾았나.
A : 물론 투표하는 것은 당원이지만 당원들의 의사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민심’이라고 생각한다. 대구나 경북 지역 같은 경우에는 국민의힘 당원 비율이 굉장히 높은 곳이다. 경북 내륙 지역들 같은 경우에는 심한 경우 인구의 10분의 1 정도가 당원인 지역들도 있는 곳이다. 대구나 경북 전체의 민심 움직여야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당원들도 같이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당원들을 귀찮게 해드리고 싶지 않다. 전당대회 하다 보면 ‘당원들을 모아 달라’, ‘당협 방문하겠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똑같은 당원들만 계속 온다. 거기서 지지를 호소한다고 해서 그분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귀찮아한다. 내용 없이 자기를 뽑아달라고만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이제는 당원들이 동원돼 와서 천하람 얼굴 한 번 더 본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다음 당 대표는 누가 되는 게 국민의힘과 우리나라 정치를 위해서 좋을 것 같다’라고 하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당원들도 이제는 당협위원장이 뽑으라고 하는 사람을 뽑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당심이 포함된 민심을 잡는 것. 그것이 성공 방정식이고, 또 그것이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당원 투표 100% 룰 변경에도 불구하고 건전하고, 미래지향적으로 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Q : 매일 새로운 깜짝 이벤트를 하겠다고 했다.
A : 최소한 당협만 빙글빙글 도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이벤트들을 할 것이다. 어제만 해도 아무도 시키지 않은 무제한 필리버스터를 하겠다고 했다. 저에 대한 당원들이나 국민들이 가진 의구심을 최대한 빨리 해소할 수 있는 형태의 선거운동을 하려고 한다. 저라는 인물은 아직 정치계에서 오랫동안 세월이 쌓여 있는 인물이 아니다. 필리버스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이런 새로운 형태를 통해서 새로움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천하람이 갖고 있는 생각이 무엇인지 시간 제한 없이 대구 시민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천하람이라고 하는 사람이 진짜 괜찮은 사람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그러면서도 좀 유쾌하게. 제가 실제로 좀 유괘한 사람이다. 유머러스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들을 충분히 반영해서 새로움에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유쾌한 선거운동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대신에 ‘누구랑 밥을 먹었다’, ‘누가 나를 지지한다’, ‘누구 집에 찾아가서 지지를 호소했다’는 것은 안 하고 싶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내세워서 표를 받겠다고 하는 구태의연한 방법 말고 천하람이 가진 매력을 솔직하게 보여드리는 선거운동이 가장 기본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지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새로울 수 있다.
지금 왜 다른 후보들이 그것을 못 하고 당협만 빙글빙글 돌고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이 사람이랑 친하다’고 말하냐 하면 (그들은)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 본인이 가진 매력이 없으니까 틀에 박힌 선거운동, 스스로 매력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그것과 다르게 제 매력을 보여드리는 선거운동을 하고 싶다.
Q : 그럼 당의 원로들은 안 만나나.
A : 아니다. 당연히 만난다. 지금도 연락드리고 인사드리지만,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은 별로 없다. 자연스럽게 말씀드리거나 할 기회는 있기는 하다.
Q : 연락 온 분이 있었나.
A : 연락은 사실 다양하게 많이 하고 있다. 생각보다 의원들 중에서도 응원 전화를 주는 분들이 많다. 이름을 밝히기는 그렇지만, 한 분은 이런 얘기를 하셨다. ‘우리를 좀 부끄럽게 해달라’ ‘지금 당 상황이 정상이 아니고, 정상이 아니라는 얘기를 못 하고 있으니까 너라도 우리를 좀 부끄럽게 해달라’고 얘기를 하는데 참 씁쓸하기도 하지만, 그게 이번 전당대회에서 제게 주어진 ‘첫 번째 미션’이라고 생각한다.
Q : 이준석 전 대표가 선거운동을 돕고 있다.
A : 이준석 대표와 저는 ‘국민의힘이 큰 틀에 있어서 변화하고 개혁돼야 한다’, ‘현재의 국민의힘의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동지적 관계하고 할 수 있다. 또 이준석 대표는 당 대표 선거를 이미 한번 치른 경험자이기 때문에 이준석 대표의 경험을 물어보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라고 본다.
Q : 이준석 대표의 경우 가까이하면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표심을 끌어올 수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까이하기엔 ‘비윤’의 이미지가 강해진다는 말도 있다.
A : 저는 이것이 단순히 대통령과의 관계나 ‘친윤’이냐 ‘비윤’이냐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보다 ‘안주’냐, ‘혁신’이냐의 문제로 본다. 지금 국민의힘의 모습에 안주해 이재명 대표가 잘못되어 떨어지는 감을 주워 먹자고 하는 세력이 있을 것이다. 저는 아니다. 우리가 잘해서 득점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당을 혁신해야 한다는 생각의 틀이 있다. 그런 면에서 저는 혁신파다. 이준석 대표 갖고 있는 이미지를 넘어 국민의힘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당원의 비중은 높다고 생각한다.
후보는 천하람이지, 이준석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준석 대표 개인을 지지하는 표뿐만 아니라 이준석 대표는 어떤 이유에서든 지지하지 않더라도 국민의힘의 변화는 필요하다고 하는 분들은 거리낌 없이 천하람을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저와 이준석 대표는 스타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사소하게는 화법도 다르고 많은 부분이 다르다. 지금은 전당대회가 시작하는 국면이라 국민과 당원들이 그 부분을 느끼지 못했을 수 있지만, 전당대회 골인 지점에선 ‘천하람이라는 친구가 묵직하게 혁신을 잘 이끌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이준석이랑은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라고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