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굴기’ 중국이 ‘스파이 풍선’을 보낸 이유는 [이슈크래커]

입력 2023-02-0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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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앞바다 영공에서 추락하고 있는 풍선(AP/뉴시스)
중국이 날린 풍선이 논란입니다. 그냥 풍선이 아닌 ‘스파이 풍선’을 미국 상공에 띄웠기 때문인데요. 연간 1조8000억 원 이상을 우주개발에 투자 중인 것으로 알려진 중국이 ‘스파이’로 택한 게 고작 풍선이라는 건 다소 의외입니다. 우주 정거장 완성을 앞둔 중국이 제2차 세계 대전 때나 사용됐던 풍선을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1만3000㎞를 날아간 건물 11층 크기의 중국 스파이

중국이 날린 고고도 정찰 풍선은 지난달 28일 미국 알래스카주(州) 서쪽 끝에서 발견됐습니다. 약 일주일을 비행한 풍선은 4일(현지시간) 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앞바다 영공에 도달했는데요. 중국에서부터 최소 1만3000㎞를 날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국 국방부는 발견 일주일 후에야 풍선을 격추했는데요. 이를 두고 미국에서는 풍선의 정체와 정부의 대응을 두고 시끄러운 상황입니다.

일단 미 국방부는 풍선의 정체를 '스파이'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대응에 늦은 것과 관련해서는 “풍선이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 상공에 있을 때 격추하는 방안 등을 고려했으나 위험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36m에 달하는 풍선이 터지면 파편이 지상으로 떨어지며 사람들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었다는 거죠.

이에 대해 중국은 해당 풍선이 ‘기상 관측에 주로 사용되는 민간용 풍선’이라고 일관하고 있습니다. 편서풍에 불가항력으로 휩쓸린 풍선이 미국 영토에 잘못 진입했다는 거죠.

하지만 격추된 풍선은 통상 폭이 6m 정도인 기상용 풍선과 비교해 폭이 6배나 더 큽니다. 기상 관측에는 필요 없는 장비들도 달려있죠.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Ⅲ 150기가 저장된 맘스트롬 공군기지가 있는 몬태나주(州) 등 민감 군사시설이 있는 지역 상공을 풍선이 통과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일(현지시간) 미국 몬태나주 상공을 비행 중인 고고도 정찰 풍선(AP/뉴시스)

중국이 21세기에 풍선을 꺼내 든 이유

의문은 ‘중국이 구태여 구식 장비인 풍선을 이용할 이유가 있느냐’는 겁니다. 가장 유력한 이유는 풍선이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워싱턴포스트(WP)가 2020년 추정치에 따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인공위성 발사와 관리에는 최대 3억 달러(약 3741억 원)가 필요한데요. 전문가들은 “최첨단 풍선조차도 인공위성보다는 싸다”고 말합니다.

최신 풍선은 첨단기술 그 자체로, 위성 정찰기에 뒤지지 않는 풍선만의 이점도 있습니다. 제임스 로저스 코넬 대학교 선임연구원 겸 덴마크 남부대학교 교수는 “풍선은 위성이나 드론을 사용하는 것보다 이점이 많다”고 말합니다. 로저스 교수는 “(풍선이) 우주로 인공위성을 쏴 올리는 것보다 저렴할 뿐 아니라, 지표에 더 가까이서 비행하며 고화질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9만 피트(약 27.4㎞) 상공에서 비행이 가능하며, 풍선 자체 드론 시스템을 구축해 미사일 추적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실제 풍선은 속도가 느려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추가적인 기술을 동원하거나 페인트를 칠하면 위장도 가능합니다.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인공위성과 달리 움직임을 직접 조종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말콤 맥도널드 스코틀랜드 스트래스클라이드 대학 교수 겸 우주 기술 엔지니어는 “인공위성의 움직임은 예측할 수 있지만, 풍선이나 다른 비행 조종간은 예상치 못한 상공비행을 선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차이나타운 내 한 신문 가판대에서 판매된 중국의 정찰 풍선 사진이 실린 신문(AP/뉴시스)

의도된 실수? 미국은 풍선으로 ‘시끌’

이런 추측들에도 중국은 ‘풍선이 기상 관측을 위한 민간용’이라는 입장을 고수 중인데요. 외려 중국 외교부는 5일 성명을 통해 “민간용 무인 비행체를 무력으로 공격한 데 대해 강한 불만과 항의를 표명한다”며 추가 대응을 시사했습니다.

반면 이미 풍선을 격추한 데서 알 수 있듯 미국은 해당 풍선을 정탐용 기구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의 ‘실수였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미국을 떠보기 위한 ‘의도된 실수’였을 거라고 분석하죠. 벤저민 호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원(RSIS) 코디네이터는 BBC에 “중국은 미국이 풍선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호 코디네이터는 “중국은 고고도 관측 풍선을 사용해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고 미국의 상공을 통과할 수 있는 기술이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라고 했는데요. 실제로 많은 미국 시민들이 풍선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SNS에 찍어 올렸습니다. ‘과시’가 목적이었다면, 중국은 어느 정도 성공한 셈입니다.

정말 실수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 상공을 통과한 것과 같은 풍선이 중남미 상공에서도 발견됐습니다. 해당 풍선은 미국을 통과하지 않고 중국에서 태평양을 거쳐 코스타리카·콜롬비아·베네수엘라 등의 상공을 떠돌았죠.

이처럼 중남미 상공에서도 풍선이 발견된 데 대해 마이클 클라크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전쟁학과 초빙교수는 “(중국이) 풍선을 의도적으로 보냈다는 미국 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할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상 관측용 풍선’이라는 중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애초 5~6일로 예정됐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2018년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중 이후 5년 만의 방문 계획이었는데, 사실상 없던 일이 됐죠.

미 의회 양당은 다음 주부터 대중국 관련 브리핑을 받겠다고 알리는 한편 중국에 ‘이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한국시간) SNS를 통해 “미국 상공을 침범한 시진핑 주석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죠. 이는 미국 내 당파싸움으로도 번지고 있습니다. 미국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 직무 유기의 시작”이라며 적극 공세에 나섰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하고자 풍선 잔해 분석에 박차를 가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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