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는 정제마진 축소로 실적 부진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영업손실 약 1조 원
SK온, 올해 매출 두 배↑ㆍ내년 흑자전환 전망
SK이노베이션이 작년 상반기까지 이어진 국제 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개선 등에 힘입어 지난해 연간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다만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은 1조 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SK이노베이션은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3조9989억 원으로 전년보다 129.6%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매출은 78조569억 원으로 전년 대비 66.6%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매출 모두 역대 최대치다.
다만 4분기에는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손실 반영과 정제마진 축소 여파로 적자를 기록했다. 4분기 매출액은 19조1367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3조6167억 원 줄었고, 영업손실은 6833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석유제품은 국가 주요 수출품목에서 전년보다 3단계 뛴 2위에 올랐다. SK이노베이션의 작년 석유제품 수출물량은 1억4000만 배럴로, 전년 대비 37.7% 증가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 연간 실적을 사업별로 보면 △석유사업 매출 52조5817억 원·영업이익 3조3911억 원 △화학사업 매출 11조269억 원· 영업이익 1271억 원 △윤활유사업 매출 4조9815억 원·영업이익 1조712억 원 △석유개발사업 매출 1조5264억 원·영업이익 6415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배터리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SK온은 지난해 전년 대비 150% 증가한 매출 7조6177억 원으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991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신규 공장 비용 증가와 수율 개선 지체 등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올해 해외 신규 공장의 생산량 증대로 배터리 사업의 매출 성장세는 유지될 전망이다. 지난달 말 기준 SK온의 누적 수주액은 작년 연 매출의 40배를 넘는 290조 원을 돌파했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SK온은 올해 두 배 수준의 높은 매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 연간 EBITDA(상각전영업이익) 흑자 달성, 2024년 연간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경기침체 우려와 중국의 리오프닝 기대감 등이 혼재되면서 시황 변동성이 클 전망이다. 다만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은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석유제품 제재 등 지정학적 이슈로 인한 구조적 공급 부족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사업의 경우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 세부 시행규칙이 발표되면 올해부터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했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최대 약 4조 원 규모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회사는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0조 원의 설비투자(CAPEX) 계획을 수립했다. 배터리 사업 신규 캐파(생산능력)를 늘리는 데 7조 원을 지출한다. 나머지 3조 원은 배터리를 제외한 분야의 신규 설비투자와 경상 투자 등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SK지오센트릭이 설립할 플라스틱 리사이클 플랜트 설립 등이 포함된다.
SK온의 상장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재무부문장은 “SK온의 올해 상장은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향후 회사가 상장을 검토하게 되는 경우에는 SK이노베이션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