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둔화와 공급망 불안으로 지난해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증가율이 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對) 중국 수출액이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봉쇄조치와 경기 둔화, 애국소비 등으로 10% 가까이 급감했다. 정부는 올해 수출시장 여건 역시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소기업 수출액은 1175억 달러로 전년(1155억 달러) 대비 1.7% 증가했다. 역대 최고치다. 다만 2021년 수출액이 15% 가까이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증가세는 현저히 떨어졌다.
지난해 미국(171억 달러)을 비롯해 △일본(109억 달러) △대만(35억 달러) △인도(33억 달러) △멕시코(27억 달러) 등 5개국 수출액은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중국(219억 달러) △베트남(112억 달러) △홍콩(31억 달러) △인도네시아(29억 달러) △러시아(27억 달러) 수출은 감소했다. 특히 중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20억 달러 감소했다. 중국이 8.2%, 홍콩은 15.9% 뒷걸음질 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정책으로 생산과 소비가 일제히 둔화되고, 경기 회복이 지연된 점이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은 완성차 시장 호조로 자동차부품 수출이 증가했고, 제조업 육성정책의 영향에 기계류 수출이 두 자릿수 성장을 보였다. 인도 역시 현지 자동차 공장 증설로 자동차 부품 수출이 늘었다. 멕시코에선 자동차부품, 산업용 전기기기 등 자동차 제조 관련 품목 수출이 크게 성장했다. 대만은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이 18배 가까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중소기업 수출 10대 국가 집중도는 67.6%로 우리나라 총수출 10대 국가 집중도(70.4%)보다 낮았다.
10대 품목에선 중소기업 1, 2위 수출품목인 플라스틱 제품(51억 달러)과 화장품(46억 달러)이 감소세를 피하지 못했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14억 달러)의 경기 둔화로 수요가 꺾이면서 각각 4.9%, 7.6% 줄어든 영향이 컸다.
실제 중국에 화장품을 수출하는 A기업은 코로나 직전 대비 지난해 중국 화장품 수출액이 80% 급감했다. A기업 관계자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중국 물류가 막히면 사실상 유통할 방법이 없다”며 “중국은 리스크가 많아 사실상 포기하고, 동남아로 눈을 돌리는 기업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중소기업 온라인 수출액은 7억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8.5% 성장했다. 미국과 동남아시아가 증가세를 견인했다. 작년 우리나라의 온라인 총 수출액은 9억1000만 달러로 이 중 중소기업 수출 비중이 78.4%에 달한다. 전년(76.7%)에 비해 비중이 커지며 중소기업들이 온라인 수출 분야에서 강세를 나타냈다. 음향기기와 컴퓨터 등이 강세다. 주요 수출국으로는 온라인몰이 발달한 미국, 일본, 중국 등이 눈에 띈다.
최원영 중소벤처기업부 글로벌성장정책관은 “작년 중소기업 수출은 2년 연속 증가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하반기부터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올해에도 어려운 여건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부는 중소기업의 수출 여건이 갈수록 악화하자 지난달 중소기업 수출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입점ㆍ홍보ㆍ물류ㆍ배송 등 온라인 수출 전 과정에 최대 1억 원을 지원하고, 항공수출 중소기업을 위한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수출바우처 1000개 사를 배정한다. 기업들이 신규 수출시장 개척에 나설 수 있게 수출사업선정평가에 ‘다변화 지표’(20%)도 신설한다.
정부는 이같은 지원 방안을 바탕으로 지난해 1175억 달러 규모였던 중소기업 수출액을 2027년 1500억 달러까지 늘릴 방침이다. 현재 40% 수준인 중소기업의 총 수출 기여도를 절반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수출 1000만 달러를 기록한 기업도 3000개 사를 목표를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