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위기 극복”…대미 로비 공들인 삼성ㆍSK

입력 2023-02-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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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로비자금 140억 '사상 최대'

대미 로비자금 ‘역대 최대’…각각 500만 달러 넘어
로비자금 늘면서 로비스트도 가장 많이 고용
미ㆍ중 갈등 심화 대응 차원으로 분석

▲의회서 국정연설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워싱턴 AFP=연합뉴스)

삼성그룹과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백악관과 미국 의회에 사상 최대의 로비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갈등으로 불확실해진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업계는 풀이했다.

8일 미국 비영리 정치감시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지난해 양사의 대미(對美) 로비 자금은 각각 처음으로 500만 달러를 넘겼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591만 달러(약 74억 원)를 미국 정치권 로비에 사용했다. 2021년 372만 달러(약 46억 원)와 비교해 58% 증가한 수치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증가 폭이 더 가팔랐다. 2018년 125만 달러(약 15억 원) 수준이던 로비 자금은 지난해 516만 달러(약 65억 원)로 4배가량 증가했다. 직전 연도인 2021년(368만 달러)과 비교해도 약 150만 달러가 증가했다. 지난해 양사의 로비자금을 합치면 140억 원이 넘는다.

로비 금액이 최대치를 기록한 만큼 고용된 로비스트 수도 삼성그룹 55명, SK하이닉스 37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특히 삼성그룹은 자체 대관 조직에 더해 미국의 유수 로펌이자 로비업체인 ‘아킨 검프(Akin Gump)’와 ‘아놀드 앤 포터(Arnold & Porter)’를 고용했다.

국내에선 로비가 부정적인 활동으로 인식되지만, 미국에서는 합법적인 입법 활동으로 인정된다. 로비스트는 미국 하원 사무처에 신상과 수입을 등록해야 하며 주된 로비 행위의 목적도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미 하원에 등록된 로비스트의 수만 해도 1만2000명에 달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역시 대미 로비 지출에 큰 금액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퀄컴은 지난해 930만 달러(약 117억 원)를, 인텔은 708만 달러(약 89억 원)를 투입했다. 같은 기간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는 281만 달러(약 35억 원)를 지출했으며, 일본 반도체 회사 키옥시아 역시 49만 달러(약 6억 원)를 썼다.

삼성그룹과 SK하이닉스의 대미 로비 자금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반도체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미국 반도체법에 따른 가드레일(Guardrail·방어막) 조항으로 인해 미국 정부로부터 세액 공제나 보조금을 지원받는 기업은 10년간 중국 등 우려 국가에 첨단 반도체 시설을 짓거나 투자하는 것이 금지된다.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양사는 라인 유지를 위한 필수 설비를 예외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와 함께 법 시행에 앞서 충분한 유예기간을 보장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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