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현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중앙대 교수)은 어제 본지와의 통화에서 “챗GPT 등장은 검색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IT업체에선 엄청난 충격”이라고 말했다. ‘챗GPT’는 마이크로소프트(MS)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오픈 AI’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대화형 인공지능(AI)이다. 가입자 폭증과 더불어 세계적 돌풍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인간 질문에 술술 답하고, 미국 변호사시험도 통과했다. 심지어 거짓말까지 잘한다고 한다. 위 의장 평가대로 엄청난 충격일 수밖에 없다. IT업계만이 아니다. 일반 사회도 충격파에 휩쓸리게 마련이다.
챗GPT는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다. 벌써부터 전자상거래와 포털 등 인터넷상의 플랫폼을 대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MS는 신규 검색엔진 ‘빙’과 웹브라우저 ‘엣지’를 공개했고, 구글은 챗봇 ‘바드’ 출시를 공식화했다. MS와 구글의 글로벌 AI 전쟁이 조만간 불붙을 국면인 것이다. 이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중국, 이스라엘 등도 빅테크 전쟁을 좌시할 까닭이 없다. 중국 바이두의 경우 곧 유사서비스를 선보인다고 한다.
국내도 부산하다. 네이버와 카카오, KT, SK텔레콤, LG전자 등이 관련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래 AI 서비스 시장 규모는 1조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과학문명은 지구촌을 영구적으로 바꿔왔다. 16, 17세기 과학혁명이 그랬고, 19세기에 등장한 전기·자동차도 마찬가지였다. 20세기 막바지에 실현된 인터넷 상용화 또한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더욱이 새 게임체인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을 잘 타느냐 여부에 따라 국가 운명이 바뀌는 법이다. 대한민국은 반도체 강국이지만 새 체인저가 계속 등장하는 판국에 반도체만 자랑할 일이 아니다. 업계와 학계가 대승적으로 협력하면서 새 도전에 나서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의 책무도 무겁다.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인재를 확보하려면 법·제도 정비가 필수적이다. 챗GPT는 빅데이터 학습에 기반하는 혁신적 서비스다. 이를 가로막는 독소조항이 국가 법제에 많다면 글로벌 경쟁이 가능할 리 없다. 데이터 3법으로 일컬어지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이 2020년 국회를 통과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함정과 제약이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다. 인재를 키울 교육 시스템 확립도 요원하다. 손볼 일이 허다한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한눈을 팔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